“영화관-전시장에 울리는 내 음악서 묘한 쾌감 느껴…다양한 협업 계속하고 싶어”

임희윤 기자 입력 2021-10-29 03:00수정 2021-10-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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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확장하는 작곡가 윤석철씨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타다 서비스가 오늘부터 운행을 멈췄습니다.’

극장 안을 건조하게 울리는 뉴스 코멘트. 그 위로 동글동글한 콘트라베이스의 양감이, 건축학적 피아노 화성이 올라탄다.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14일 개봉)은 시청각의 미스매치 기법이 절묘하다. 91분짜리 시사성 짙은 다큐멘터리에 시종 재즈 선율을 배치한 것.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윤석철 씨(36·사진)가 음악을 맡았다. 윤 씨는 가수 백예린, 자이언티, 폴킴의 연주, 작곡, 편곡도 맡은 전방위 재즈 음악가. ‘타다…’는 그의 영화음악가 데뷔작이다.

“연출가(권명국 감독)께서 윤석철트리오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 작품을 촬영할 정도로 평소 팬이었다며 제안을 주셨지만 고민이 엄청 많았습니다.”

28일 전화로 만난 윤 씨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둘러싸고 택시 노조와 타다의 갈등이 치솟는 장면을 작업할 때 가장 힘들었다. 비극성을 드러내려 단조로 만들었지만 어느 한쪽의 잘못도 아니기에 음악적 뉘앙스를 중립적으로 벼리려 여러 차례 음표를 고치고 화성과 악기도 덜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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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타다 운영사인 VCNC 직원들의 분투를 주로 그린다. 하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장면은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대도시 서울의 낮과 밤 풍경이다. 스크린 위로 윤석철의 이율배반적 음악, 즉 리듬은 경쾌하나 음표는 젖어 있는 선율들이 스칠 때의 공감각을 형언하기 힘들다.

윤 씨는 “무거운 악기를 싣고 공연장에 오갈 때 타다 베이직을 종종 이용해 봤지만 작곡가로서는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작곡 착수 전, 타다를 둘러싼 첨예한 쟁점과 의견을 최대한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미술 분야에서도 활약 중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내년 1월 2일까지 열리는 국내외 작가들의 특별기획전 ‘dreamer, 3:45am’, 김희수 작가의 ‘Normal Life Be Normal&People’(11월 28일까지 종로구 갤러리애프터눈)에도 음악을 보탰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을 찾아 ‘dreamer, 3:45am’전을 관람 중인 음악가 윤석철 씨. 윤석철 씨 제공
‘dreamer, 3:45am’에서는 꿈의 세계를 음표로 그렸다. ‘ㄱ’자 공간에 펼쳐진 와이드 스크린이 배경. 그 안에 흩날리는 수만 개의 형광입자들이 입체음향으로 설계한 음표에 맞춰 춤춘다. 윤석철의 곡 ‘몽상가’(5분 47초)다. 비장하며 몽환적인 선율은 시각과 떼어서 들어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드럼(김진영), 콘트라베이스(전제곤), 색소폰(박기훈)의 아날로그 연주를 녹음한 뒤 디지털로 보정하는 방식을 통해 풍성하면서도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화면 속 입자처럼 색소폰 음향 역시 바람에 날리듯 공간 속 스피커를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후반부 주제 선율은 망각의 세계로 저무는 꿈을 보는 허무감에 정신을 집중하며 피아노 위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창작했다고.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영화관과 전시장에서 울리는 저의 음악은 묘한 쾌감을 주더군요.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예술매체와 협업하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작곡가 윤석철#타다…#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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