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원]규제 탓만 하는 공유 킥보드, 세상의 공감 끌어내야 혁신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입력 2021-10-29 03:00수정 2021-10-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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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져 온 공유 킥보드가 사업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공유 킥보드는 개인 교통수단인 전동킥보드의 공유 모델이다. 섣불리 대중화하기에는 안전 문제가 있음에도 대중교통이 열악한 지역에서 이동 편의성을 높일 수 있고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2019년 7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안전 기준이 모호하거나 아예 없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서비스나 제품을 일정 기간 허용해 주는 일종의 임시 허가다. 계속 사업을 하려면 해당 업체가 안전 등 우려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부와 협의해 제도 수정 등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임시 허가를 받은 공유 킥보드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2019년에 3만7000명이던 이용자가 지난해 21만 명으로 늘었다. 공유 킥보드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 10여 개 업체가 9만 대 넘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안전 문제는 더 커졌고 사용 후 방치된 킥보드에 불만이 쏟아졌다. 결국 올해부터 헬멧 착용과 면허 소지가 의무화됐고 서울시에서는 불법 주정차된 킥보드를 즉시 견인하도록 했다. 킥보드 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규제 탓에 이용자가 줄고 과태료 부담이 늘어 사업을 접게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유 킥보드의 혁신 포인트는 사용 데이터를 수집해 수요를 예측하고 킥보드의 사용 회전율을 높여 이른바 ‘하이테크로 교통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하드웨어만 늘려 손쉽게 돈 버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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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알에스케어는 정반대 사례다. 척추 손상 환자인 이 회사 대표는 휠체어를 타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척추 장애인들과 수동 휠체어에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전동 보조 키트 ‘무브온’을 만들었다. 2008년 개발된 무브온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나 무게가 월등히 개선된 혁신 제품이었지만 10년 넘게 제품을 팔 수 없었다. 수동 휠체어에 부착하는 전동 보조키트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판매를 하려면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전례가 없다 보니 심사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2019년 1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숨통을 돌린 알에스케어는 2년에 걸쳐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일일이 전문가 의견을 들어가며 올해 4월 심사 기준을 내놓기에 이른다.

알에스케어는 낡은 규제를 탓하고만 있지 않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 제도, 규제의 허점을 설명하고 공무원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가만히 앉아 세상이 자신의 혁신을 이해해 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세상의 공감을 얻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나섰다. 혁신은 단순히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세상에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하는 과정이고, 그 노력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알에스케어 사례는 공유 킥보드 업체뿐만 아니라 사업 초기의 혁신성과 진정성을 잃고 ‘가두리 양식업자’처럼 변해 가는 문어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
#공유 킥보드#사업 존폐 위기#규제 탓#알에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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