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난 속 떠오르는 ‘AI-로봇 물류’… 국내 기술력 향상 시급”[인사이드&인사이트]

서형석 산업1부 기자 입력 2021-10-19 03:00수정 2021-10-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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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류자동화 경쟁 치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1회 국제물류산업대전’에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협동로봇들이 전시돼 있다. 이 로봇들은 물류창고에서 입고, 저장 출고 등을 자동화하는 데 쓰인다. 고양=뉴스1
서형석 산업1부 기자
《세계적으로 물류난이 심각하다. 해운 물류가 ‘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가운데, 지상에서 빠르게 물류를 처리해야 하는 수요도 급증했다.

미국 정부는 내년 1월 중순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요 항만을 쉴 새 없이 24시간 가동한다는 계획을 이달 초 밝혔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면 거대한 기계장치가 물류 작업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물류를 담당하는 건 사람이다. 컨테이너를 내리고 옮긴 뒤 그 안의 상품을 채우고 빼는 일, 육지에서 물류센터 및 각 수요처로 나르고 진열대에 놓기까지 모든 흐름이 물류이고 여전히 상당 부분을 사람 손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물류 현장에서 ‘물류 자동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화된 물류 환경에서는 상품의 입고와 저장, 관리, 출고를 로봇과 인공지능(AI)이 해낸다. 물류 작업 특유의 높은 위험성도 자동화가 이뤄지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직업안전보건청(OSHA)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에서는 지난해 물류창고에서 직원 100명당 5.9명이 중상을 입었다. 비용을 줄이고 좀 더 안전하면서도 정확 신속한 물류를 위한 기업들의 자동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 로봇·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물류 자동화’
오카도 중앙물류센터(CFC)에서 오카도가 자체 개발한 로봇이 상품을 집어 나르는 모습. 오카도솔루션 제공

세계적인 물류기업인 독일의 DHL은 “물류 수요와 이동경로 예측에 AI가 활용되고, 사람 작업자와 협동해 일하는 로봇의 쓰임새가 커질 것”으로 물류 자동화 발전을 예측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이 2019년 3조 달러(약 3560조 원)에서 지난해 4조 달러로 느는 등 물류 자동화 시스템 수요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올해 4월 노르웨이의 물류 자동화 기술업체 ‘오토스토어’ 지분 40%를 28억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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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도 물류 자동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전담 자회사 현대L&S를 세웠고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강화하고 있는 로봇사업을 물류 자동화 현장에 접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수만 가지의 부품과 재료가 쓰이는 자동차 공장 특성상 현대차그룹 자체의 물류 자동화 수요 또한 크기 때문이다. 부품 및 기계부문 계열사 현대위아가 창원공장의 물류창고 물류를 자동화하기로 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물류 자동화 사업 육성 의지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이 사상 처음 30억 개를 돌파한 가운데, 택배업계의 물류 시스템 자동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물류 하차 자동화 및 로봇 기술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하차 자동화는 화물차에 쌓인 다양한 화물을 자동으로 인식해 출고하고 운반하는 기술이다. 이제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한 택배 상자 적재를 로봇이 처리하는 것이다. 한진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대전에 건설 중인 ‘메가 허브 물류센터’에 1070억 원을 들여 택배 물량 처리를 완전 자동화할 예정이다. AI가 모양, 크기에 따라 물품을 분류하면서 하루 120만 개를 처리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물류 자동화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는 영국 ‘오카도’가 꼽힌다. 2000년 설립 때부터 ‘매장 없는 슈퍼마켓’을 내걸며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성장했다.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공산품까지 수만 가지 제품이 보관된 창고에서 자체 개발한 로봇, AI를 활용해 단 1개의 상품이라도 신선한 상태로 고객의 주문에 맞춰 정확히 출고한다. 오카도 중앙물류센터에서는 ‘하이브(벌집)’라고 불리는 아파트형 상품 보관함을 수천 대의 로봇이 오가며 입고부터 출고까지 해낸다. 입고 또는 출고를 위해 옮겨야 하는 50가지 상품을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찾아 이동시킨다. 루크 젠슨 오카도솔루션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문 행태가 복잡한 온라인 식료품 판매를 하려는 오카도에 걸맞은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했다”며 “오카도의 소프트웨어(SW)와 로봇 기술자들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고 말했다.

루크 젠슨 오카도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오카도솔루션 제공


○ 물류 자동화로 ‘친환경’
영국 런던 인근의 오카도 중앙물류센터(CFC)에서 로봇들이 '하이브(벌집)'라 불리는 물류 창고를 오가며 상품을 나르고 있다. 오카도솔루션 제공

물류 자동화는 단순히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가 적절한 배송경로와 배송방법을 예측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까지 포함한다.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배송하면서 도로교통 체증을 피하고 경로를 단축하면 결과적으로 운행횟수가 줄어 차량 연료비 지출 및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탄소중립과 물류효율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미국 물류업체 UPS와 페덱스는 AI와 로봇이 반품된 상품 상태를 확인해 재판매, 재활용, 폐기 등으로 알맞게 처리하도록 해 자원 낭비를 줄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반품’ 같은 역방향 물류가 증가하면서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반품받은 상품을 처리할 때 AI 시스템 ‘옵티턴’을 이용한다. 옵티턴 개발사인 오프토로는 역방향 물류에서 옵티턴을 이용하면 폐기물은 최대 70%, 배출가스는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지스틱스IQ가 세계 650여 개 물류업체를 조사한 결과 물류 자동화 시장은 올해부터 연평균 14%씩 성장해 2026년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사는 물류 창고의 자동화만을 추산한 것이다. 배송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기술력을 축적해온 해외 업체들과 이제 갓 사업에 나선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격차를 감안할 때 물류 자동화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오카도는 지난해 로봇 전문 업체 2곳을 인수하고, 전체 임직원 1만9000명 중 12.1%인 2300명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한다. 여전히 ‘수작업’ ‘막노동’ 이미지가 짙은 국내 물류산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민연주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물류연구센터 팀장은 “국내에서도 물류 자동화를 도입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술력이 외국산과 비교해 이를 뒷받침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점점 부족해지는 노동력을 대체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내 기술력을 적극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산업1부 기자 skytree08@donga.com



#수송난#ai#로봇 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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