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와 기모노가 만났을 때[이즈미의 한국 블로그]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입력 2021-08-13 03:00수정 2021-08-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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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도쿄 올림픽은 8일 막을 내렸고 24일 패럴림픽이 시작된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고, 개최 반대 여론 속에 철저한 방역을 내걸었다. 경기는 무관중으로, 개·폐막식도 소박하게 열렸다. 개·폐막식과 여러 시상식을 보며 행사 진행요원들이 참가국 피켓을 들 때나 시상식에서 메달이나 꽃을 전할 때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었더라면 더 품격이 높고 화려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나는 세 살이었다. 내 어머니에 따르면 당시 나는 작은 흑백TV 앞에 단정히 앉아 구경했다고 한다. 어렸지만 기모노를 입은 진행요원들의 모습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은 서울의 집에서 TV로 봤다. 발전해 나가는 한국의 모습이 화려하고 우아한 한복과 하나가 돼 멋지게 보였다. 이처럼 거대한 이벤트에선 전통의상이 더 특별하게 큰 힘을 발휘한다. 전통의상은 손님을 대접할 때 예의를 갖추는 옷이자, 외국인에게는 개최국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시각으로 전달하는 지름길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기모노와 인연이 깊다. 기모노 전문가를 꿈꾸며 고교를 졸업한 후 3년간 기모노 디자인에 입문해 염색과 무늬 그리는 일을 했다. 하지만 내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다시 대학으로 진학했다. 전문가가 되진 못했지만 기모노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도쿄올림픽에 맞춰 준비한 ‘기모노 프로젝트’에서 제작된 한국 이미지의 후리소데. 동정과 옷자락은 전통 한복에서 가져왔고, 왼편 가슴과 오른편 소매 뒷부분에는 길조인 까치, 무궁화를 배치했다. 기모노 프로젝트 제공
이런 이유로 올림픽에 기모노 등장이 적은 게 아쉬워 자료를 찾다가 특이한 기모노들을 발견했다. 형태는 기모노가 틀림없는데 색채나 그려진 소재가 이색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알고 보니 도쿄 올림픽에 맞춰 준비했다가 채택이 안 된 ‘기모노 프로젝트(KIMONOプロジェクト)’였다. 후쿠오카현의 오래된 기모노 전문점 대표 다카쿠라 요시마사(高倉慶應) 씨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 국가와 지역 이미지로 기모노를 만들어 ‘국가적 대립이나 분단을 넘어서 국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모노를 통해 하나가 되자’라는 의미로 2014년에 시작됐다. 2020년 6월까지 213개국의 후리소데(振袖)라는 기모노와 오비(帶)를 완성했다. 후리소데는 기모노 중 미혼여성들이 입는 정장으로 소매 폭이 넓고 길어 화려한 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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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는 나라마다 200만 엔(약 2000만 원)으로 정하고 자금은 클라우드펀딩에 기부로 모았다. 다카쿠라 씨에 따르면 수많은 단체와 개인이 뜻을 모았고, 20대에서 70대의 노장까지 일본의 일류 작가 수천 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모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중 한국 이미지의 후리소데는 교토의 작가 오카다 히데키(岡田秀樹) 씨가, 오비는 핫토리 오리모노(服部織物) 회사가 제작했다. 스폰서는 도야마(富山)현 다카오카(高岡)청년회의소다. 다카오카청년회의소는 대구수성청년회의소와 1991년 우호교류를 맺은 인연으로 나섰다고 한다.

오비는 고려청자를 연상케 하는 고운 색조에 당초문을 금박 등으로 넣어 손으로 짠 것으로, 후리소네는 한복 이미지를 살리면서 전통적이고 모던하게 디자인했다. 동정과 옷자락은 전통 한복에서 가져왔고, 왼편 가슴과 오른편 소매 뒷부분에는 길조인 까치, 그리고 국화인 무궁화를 배치했다. 또 흰 바탕에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과 수원화성을 그렸다. 착용하고 위에서 보면 어깨 부분에 태극무늬가 보이는데, 디자인과 모티브는 주일 한국대사관 문화원 감수를 받으며 진행했다. 이들은 백두산 이미지를 담은 북한의 기모노도 만들었다.

요즘엔 기모노보다 한복을 입을 일이 많다. 시댁에서 명절이면 늘 한복을 입는다. 그리고 매년 진행되는 한일축제한마당에서도 한복을 입었다. 한복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입기 편하고, 활동성도 좋다보니 즐겨 입게 된다. 그러나 올해 축제에서는 오랜만에 기모노를 입어볼까 한다. 코로나로 2년간 고향에 못 가서인지 그리움이 커졌다.

다카쿠라 씨는 “제작한 기모노들이 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지만,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일에 활용하고, 특히 한국을 위해 만든 기모노는 한국분이 입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정치 경제가 아닌 전통의상인 한복과 기모노를 통해 서로의 장점은 기리고 양국이 평화롭게 교류하길 늘 기원하고 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도쿄 올림픽#기모노#한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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