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올림픽 강행 역풍… 日 역대 최고성적에도 지지율 최저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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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조사서 처음으로 20%대… 올림픽 직전보다 3%P 떨어져
“안전-안심 올림픽” 32% 그치고 총리 연임 반대여론도 60% 달해
‘무관중’탓 경비는 41조원으로 불어… 도쿄 도민 1명당 108만원 지불한 셈

도쿄 올림픽 폐막일을 포함해 이틀간 실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사진) 내각 지지율이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은 20%대로 떨어졌다. 스가 정권이 기대를 걸었던 올림픽 개최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가 총리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비율도 60%나 됐다. 대회 1년 연기로 ‘올림픽 경비’가 대거 부풀어 오르면서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이 7일과 8일 전국 성인 139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였다. 스가 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올림픽 개최 직전인 7월 조사 때(31%)보다 3%포인트 더 낮다. 아사히는 “정부와 여당은 올림픽을 통한 정권 띄우기에 기대를 걸었지만 생각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올림픽이 8일 끝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설문은 올림픽 열기가 반영된 사실상 첫 조사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를 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여론조사가 시작된 7일에 이미 금메달 27개를 딴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올림픽 프리미엄’도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좋았다’는 응답이 56%로 ‘좋지 않았다’는 응답(32%)을 웃돌았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여러 차례 강조한 ‘안전, 안심 올림픽’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32%만 ‘그렇다’고 했다. 올림픽 개최로 외출 자제 분위기가 헐거워졌다는 응답은 61%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평가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올림픽 개회식 날(7월 23일) 일본 전국 감염자 수가 4225명이었는데, 폐회식 날 1만4472명으로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치권에는 암묵적인 ‘지지율 20% 룰’이 있다. 지지율이 그보다 밑으로 떨어지면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총리를 교체한다. 현재 스가 총리는 ‘위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는 지지율 20%대에 놓였다. 7년 8개월간 이어져 온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 내각 최저 지지율 29%(2020년 5월)보다 더 낮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아사히가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재선해 총리를 계속했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하자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25%, ‘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60%로 조사됐다.

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추산한 올림픽 개최 경비는 1조6440억 엔(약 17조 원)이었다. 여기에 도쿄도는 더위 대책 등으로 약 7349억 엔을 사용했고, 일본 정부도 2013∼2018년 올림픽 관련 비용으로 1조600억 엔을 사용했다. 직간접 경비는 총 3조4389억 엔으로 늘어난다. ‘무관중’으로 인해 티켓 수입 약 900억 엔이 날아간 데다 부가 손실까지 더하면 전체 경비는 4조 엔(약 41조 원)에 이른다. 전체 비용 중 도쿄도가 부담하는 금액은 1조4519억 엔이다. 1인당 세금으로 계산하면 도쿄 도민 한 명당 10만3929엔(약 108만 원)을 올림픽에 지불한 셈이 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스가#올림픽 강행#역풍#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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