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못 나올 뻔한 헤밍웨이 소설… 빛 보게 한 名편집자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7-22 03:00수정 2021-07-2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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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세계’, 퍼킨스 등 소개
“편집자는 해당 작품의 최초 독자”
英 애실의 ‘되살리기의 예술’
보부아르 등 세계적 작가 발굴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장편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1926년)는 외설적인 대화가 적지 않아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 때의 부상으로 성불구가 된 미국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의 출간을 주장한 외로운 편집자가 있었으니, 미국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맥스웰 퍼킨스였다. 그는 당시 출간을 망설이던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품 배경이 된 곳에서 이런 표현이 실제 사용된다면 외설적인 말이라도 써야 한다. 이를 회피하는 건 오히려 작가의 잘못일 것이다.”

전설이 된 명작들을 탄생시킨 편집자의 삶을 조명한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1인 출판 시대가 열렸지만 좋은 책을 만들어낸 편집자들의 신념이나 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교훈이다.

신간 ‘편집자의 세계’(페이퍼로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편집자 15명을 소개하고 있다. 퍼킨스뿐 아니라 랜덤하우스 설립자 베넷 서프와 뉴요커 창간자이자 편집자였던 해럴드 로스 등이 주인공이다.

소설 ‘대부’를 발굴해 무명 작가였던 마리오 푸조(1920∼1999)를 일약 스타로 만든 퍼트넘 출판사의 편집국장 윌리엄 타그의 철학은 ‘저자 중심주의’였다. 그는 편집자가 지켜야 할 12가지 에티켓을 철저히 지켰다. 이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저자가 보낸 원고에 대한 회답을 불필요하게 늦춰선 안 된다. 편집자는 해당 작품의 최초 독자이므로 편집자의 의견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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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82),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등을 발굴한 영국 편집자 다이애나 애실도 저자 중심의 편집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최근 출간된 에세이 ‘되살리기의 예술’(아를)에서 원고 교정 시 작가가 의도한 본래의 표현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라며 “원고에 손을 대더라도 출간 즈음에 이르러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읽혀야 하는데, 이것은 작가와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썼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헤밍웨이#편집자#되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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