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말을 건네는 방법[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입력 2021-07-20 03:00수정 2021-07-20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좀 더 20대같이 쓰면 어떨까? 더 영(young)하게.” 마케팅 일을 시작한 후 회사에서 카피 문구나 네이밍 관련 보고를 하면 늘 이런 피드백을 받는다. 요즘 세대에게 먹힐 단어나 문구를 만드는 일은 실제로 중요하다. 기업이 20대 같은 말투를 쓰려 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20대에게 말을 걸고 싶고, 회자되고 싶기 때문이다. 20대는 온라인에서 의견을 활발하게 말하는 세대라 정보 파급력이 높다. 또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 곧 트렌디한 것이라는 생각에 20대를 따라 소비하는 30, 40대도 많다.

20대같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쓰는 단어에 답이 있나 싶어 몇 년간의 유행어를 살펴보았다. 세 가지 정도의 유형이 나온다. 우선 줄임말이다. 세대별 줄임말은 늘 있었는데, 2021년 ‘ㄱㅇㅇ(귀여워)’이나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까지 이어진다.

입에 착 붙는 유형도 있다. ‘ㅋㅋ루삥뽕’이 여기에 속한다. 이 유행어는 별다른 뜻이 없지만 약 올리는 듯한 어감 때문에 인기다. ‘킹’ ‘갓’이 붙는 유행어는 최상급을 뜻하긴 하나,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을 보면 이제 의미보다 입에 잘 붙어 유행하는 것 같다.

세 번째로 우연히 발생한 것들이 있다. 대단하다는 감탄사로 쓰는 ‘레게노’가 여기 속한다. “레전드다(대단하다)”라는 말은 예전부터 쓰였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한 개인방송 진행자가 레전드(legend)의 d를 o로 혼동해 ‘레제노’라고 읽었고 그 말이 ‘레게노’로 발전했다고 한다. 날것의 생방송에서 우연히 만들어졌고, 그 순간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단어를 다듬고 퍼뜨렸다.

주요기사
세 유형의 특징을 반영하면 기업도 20대 감성의 말을 만들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유행어의 특징은 기업 메시지와 함께할 수 없다. 상품 설명 등 뜻이 잘 전해져야 하니까 마음껏 줄일 수 없다. 글자마다 의미를 담을수록 입에 붙는 맛이 떨어진다. ‘레게노’가 만들어진 트위치 채널의 팔로어는 70만 명에 가깝다. 회사 회의실에서 4명이 유행어를 만든다면 우연의 기적이 일어날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 거기다 요즘은 부정 이슈 방지를 위해 안전한 단어만 쓴다. 그래서인지 기업이 20대를 노리고 만든 단어는 어딘가 밍밍하고 애처로운 느낌이 든다.

애처로워 보이느니 20대에게 말을 건네는 방법을 바꿔보면 어떨까. 꼭 20대 말투를 써야 그들이 들어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에는 말투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다른 곳과는 아예 이야기의 내용이 다르거나,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말투가 어떻든 귀 기울일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분 중 결정권자가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영’해지려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어차피 한계가 있다. 20대 여러분은 다소 황당한 이름이나 광고 문구를 봐도 너그럽게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담당자에게는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20대#유행어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