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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발품 팔아… 1년 걸리던 새 신발 제조, 한달로 줄였죠”

입력 2021-07-19 03:00업데이트 2021-07-1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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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talk!]〈3〉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
이달 12일 서울 강남구 크리스틴컴퍼니 사무실에서 이민봉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신발을 선보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보수적인 국내 신발 제조업계를 내가 혁신할 수는 없을까.’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36)는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 ‘나만의 신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아버지가 신발 공장을 운영해 어린 시절부터 부산의 신발 공장들을 제집 드나들 듯했던 그였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모님 사업이 망하며 어려움을 겪고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해 안정적 생활을 했지만 ‘언젠가 대를 이어 신발 사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꿈을 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 아버지에게 공장마다 똑같은 신발을 만드는 건지 여쭤봤던 기억이 있다”며 “해외 브랜드 대신 우리만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순 없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도 공책에 신발 디자인을 취미로 그릴 정도로 신발에 대한 꿈이 컸다.

창업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벽은 높았다. 특히 수십 년째 이어져 온 신발 산업의 보수적인 산업 구조가 장애물이었다. 신발 제작은 끈부터 밑창 등 120여 가지 공정으로 나뉘는데 공장이 모두 제각각이다. 공정 몇 가지씩을 몇몇 에이전트가 차지해 대기업 수주를 따는 구조로 굳어져 있었다.

이 대표는 “대기업도 새 디자인 제품 제조에 1년이 걸리고 자사 신발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모르더라. 신발업계에 패스트패션이 자리 잡지 못한 이유였다”고 했다. 그는 이 구조를 깨고자 했다. 주말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길 4년. 각 공정을 맡고 있는 공장 183곳을 일일이 설득했다. 모든 공정을 직접 섭외한 곳에 맡기면서 1년이 걸리던 새 디자인 제품 제조 기간이 한 달로 줄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2019년 신발 디자인·제조·플랫폼 회사 크리스틴컴퍼니를 차렸다.

이 대표는 회사와 각 공장들이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만들어 고객 수요와 각 공장의 생산 진행 상황, 재고 등을 공유했다. 지난달에는 사람들의 상품평과 사진, 신발 유행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신발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했다.

백화점에 매장을 낸 크리스틴컴퍼니는 올해 매출 20억 원을 기대한다. 직원 수는 8명까지 늘었다. 올해 4월 네이버 등에서 5억5000만 원의 투자도 이끌어냈다.

경상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대학 때 두부 사업, 청바지 납품 사업 등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프로 창업러’다. 이 대표는 “창업 전에 대기업 11곳을 지원했는데 창업과 실패 경험 덕분인지 전부 합격했다”고 했다. 그는 “지방대생이 수도권 명문대 출신을 이기는 방법은 현장밖에 없다. 창업을 어려워하는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이만큼 신나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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