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 발언 맞나

동아일보 입력 2021-07-17 00:00수정 2021-07-1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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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全)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정부와 야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당 일각에서 선별지원을 주장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해임 건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감한 날치기’를 주장했다. 여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갖고 있으니 전 국민 지급안을 강행 처리하라고 독려한 셈이다.

이 지사는 방송에서 “정말로 필요한 민생에 관한 것은 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된다. 국민이 필요로 하고 국민이 맡긴 일 하는 데 반대한다고 안 하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지사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지금까지 이 지사 정도의 비중을 가진 유력 정치인이 대놓고 ‘날치기’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이를 주장하거나 옹호한 일은 없었다. 정치인의 말에는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단 품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현을 달리하더라도 이 지사의 말 속에는 여야가 숙의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위험한 생각이 담겨 있다.

더구나 재난지원금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날치기를 정당화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 국민 지원금은 투입되는 재원은 천문학적인 데 비해 실질적인 보탬이 되거나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금은 사실상의 ‘셧다운’ 조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재원을 이들에게 집중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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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속해 있는 여당은 그렇지 않아도 거대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인 입법독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는 민주적 국정운영과 국민통합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이 지사가 민주화 세력을 자임하는 대선주자라면 날치기 같은 구태와는 과감히 단절하겠다는 뜻을 이제라도 분명히 해야 한다.
#날치기#대통령#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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