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소영]백신 예약, ‘먹통’에 ‘뒷문’까지… 국민은 황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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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김소영 기자
“2시간 동안 조카랑 스마트폰과 컴퓨터 붙들고 ‘무한 새로 고침’ 하고 나서야 겨우 예약을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예약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니. 저처럼 오매불망 기다린 사람은 뭐가 되는 거죠?”

55∼59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이 재개된 14일. 많은 대상자가 장모 씨(58·여)처럼 시작 시간인 오후 8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시작 후 또다시 시스템이 ‘먹통’이 되자 모두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후 8시 전부터 수월하게 예약한 사람들도 있었다. 예약 1시간 전부터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금 예약이 된다. 이상하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글쓴이 자체도 어리둥절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예약이 가능하다는 인터넷주소(URL)도 공유됐다.

어떻게 된 걸까. 포털에 ‘백신 접종 예약’ 같은 키워드를 입력 후 예약사이트를 클릭하면 홈페이지 첫 화면에 연결된다. 14일 오후 8시 전까지 이 화면은 닫혀 있었다. 문제가 된 건 다음 순서다. 첫 화면에서 ‘예약하기’를 클릭하면 본인 또는 대리예약을 선택하는 페이지가 나온다. 그런데 이 2번째 화면부터는 접속 차단이 되지 않은 것이다. 즉 ‘대문’은 잘 닫았지만 ‘뒷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예약 과정을 완벽하게 진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굉장히 송구하다”고 밝혔다.

예고 없던 ‘선착순’ 마감부터 이틀 만에 반복된 시스템 ‘먹통’, 그리고 ‘뒷문 예약’까지 국민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예약 단계부터 혼란이 거듭되자 접종 불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백신을 맞아야 할 18∼49세는 약 1900만 명이다. 50대 743만 명보다 훨씬 더 많다. 이모 씨(37)는 “30대도 선착순이라고 들었는데 시스템 오류가 이렇게 잦으면 백신을 맞을 수 있긴 한 거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줄곧 “백신은 충분하니 기다리면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믿고 오랜 시간 기다려 온 국민들이 자신의 접종 기간에 서둘러 예약하려는 건 당연하다. 더 이상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사소하더라도 실수가 반복되면 불신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더 큰 오류가 닥치기 전에 예약 시스템 전체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김소영 정책사회부 기자 ksy@donga.com
#기자의눈#코로나19#백신#백신 접종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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