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파병해놓고 백신도 안 맞혀… 6명 확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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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출항 문무대왕함 300명 탑승
유증상 80여명… 집단감염 우려
文대통령 “신속하게 의료 지원”

3월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승조원 300여 명은 2월 초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한 채 출항한 데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증상자가 80여 명에 달해 추가 확진자 속출 등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은 파병 이후로도 백신 전달이나 현지 접종 등 적절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아 조국을 위해 이역만리로 떠난 장병들을 코로나19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5일 군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근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에서 10일 다수의 감기 증상 환자가 발생해 13일 6명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를 진행한 결과 14일 야간에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같은 시간 간부 1명은 폐렴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간부는 1차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는 확진자와 80여 명의 유증상자를 함정 내 별도 공간에 격리하는 한편 현지 공관과 협조해 승조원 전원에 대해 최단 시일 내 PCR 진단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송된 간부의 상태는 양호하고, 유증상자도 인후통 등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해 방역인력, 의료인력, 방역·치료장비 등을 최대한 신속하게 현지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현지 치료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환자를 신속하게 국내에 이송하고, 다른 파병부대의 상황도 점검해서 유사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지원하라”고 주문했다.

청해부대 파병 4개월 넘도록 방역 무방비
밀폐된 함정, 순식간 확산 위험
유증상자 나왔지만 감기약만
11일 지나서야 PCR 검사


함정 내부는 좁고 밀폐된 격실에서 다수 인원이 생활하고, 환기시설도 모두 연결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유증상자 가운데 다수가 감염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미 항공모함인 시어도어루스벨트함(10만 t급)에서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전체 승조원의 20% 이상(1300여 명)이 감염됐고,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승조원들이 단 한 명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34진 장병들은 해외 파병자에 대한 우선접종이 시작된 3월 이전에 출항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군은 파병 이후 4개월이 되도록 국내 또는 현지 기관을 통한 백신 접종 등 최소한의 방역 조치를 강구하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청해부대를 비롯한 해외 파병 부대원들의 백신 접종 계획을 검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해부대원들이 백신 접종 전 출항해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며 “한정된 공간에서 다같이 모여 생활하는 만큼 부대원들의 백신 접종 필요성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현지에서 백신을 접종할 경우 응급상황 발생 시 조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국내 복귀 후 접종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부대의 늑장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청해부대가 지난달 28일∼이달 1일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기항지에 입항한 다음 날(2일) 최초 감기 증상자가 나왔지만 간이검사나 PCR 검사를 하지 않고, 감기약만 투약했다고 한다. 이후 유증상자가 속출하자 10일 40여 명에 대한 정확도가 낮은 간이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13일에야 인접국의 협조로 PCR 검사를 통해 확진자 6명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최초 유증상자 발생 직후 PCR 검사를 실시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공중급유수송기 2대를 현지로 보내 방역·의료인력 및 물품을 지원하고, 확진자와 유증상자를 국내로 조기 이송하는 방안을 현지 공관과 협의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음성판정자 중 최소 인력은 함정편으로 귀환하거나 별도의 교대 운항인력을 파견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청해부대 34진은 현지 임무 수행 후 35진(충무공이순신함)과 교대하고 8월 말 국내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청해부대#문무대왕함#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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