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일 현안 성과 낼수 있어야 정상회담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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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文, 도쿄올림픽 참석 조건’ 제시
스가와 첫 정상회담 놓고 신경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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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놓고 한일 정부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한일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성과가 있는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에 문 대통령 방일의 조건을 분명히 제시하면서 태도 변화를 압박한 것.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날까지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할 성과에 대해 분명한 약속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주 초까지 일본의 입장 변화를 주시한 뒤 방일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日 “15분 정상회담”에… 정부 “협의 중단할수도” 경고

文, 한일관계 개선 물꼬 기대에 스가, 올림픽 외교 성과 차원 접근
日언론 “韓 역사문제 해결책 없으면 협의-교섭하는 자리 되지 않을것”
정부, 日 성의없이 언론플레이 판단… 일부, 文대통령 방일 불투명 관측도


청와대와 외교부가 11일 밝힌 입장은 한일 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제, 배석 규모 등을 놓고 양국이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나왔다. 정부가 협의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한 데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는 정상회담을 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일본이 호응하지 않은 채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일이 임기 말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이용만 되는 형식적 정상회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까지도 언론을 통해 실질적 관계 개선과는 거리가 있는 의례적, 형식적 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靑 “성과 있어야” vs 日 “15분 회담할 수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한(한일) 양국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이달 안에 실시하는 조정에 들어갔다”며 “문 대통령이 23일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2년 만에 방일할 때 회담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징용과 위안부 소송의 해결책을 조기에 제시하라고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전망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짧게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정상회담을 할 경우 시간에 대해 “스가 총리가 각국 중요 인물과 만나야 하므로 문 대통령을 포함해 1인당 원칙적으로 15분 정도가 될지 모른다”는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한국은 1시간 정도의 회담을 원하고 있으나 일본은 이와 달리 단시간 회담으로 끝내겠다는 구상이라는 것.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뭔가를 협의하거나 교섭하거나 하는 자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최근 양국은 현안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하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외교부가 협의 중인 상대국에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 “수출규제 철회 등 3대 현안 성과 있어야”
청와대는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와 수출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 한일 간 3대 현안에 대해 양국 정상이 깊이 있게 논의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할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시간이나 형식이 본질은 아니지만 배석자 등 진용을 제대로 갖춰 회담해야 한일 현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배석하는 정식 회담 형식이 돼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해법이나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문제는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 나간다고 약속하고, 협의를 시작할 계기를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본이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끝내 바꾸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스가 요시히데#정상회담#도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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