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뼈에 새겨진 기억을 읽는 사람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7-10 03:00수정 2021-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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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리옌첸 지음·정세경 옮김/216쪽·1만3000원·현대지성
2018년 세계 각국의 매체들은 일본 해역에서 유령선이 잇따라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니가타현에서 발견된 배에는 남성 유골 1구가 있었고, 인근 모래사장에서도 유골 1구가 확인됐다. 아키타현에서도 유골 8구가 실린 낡은 목선이 발견됐다. 배들에서는 유골과 함께 북한의 담뱃갑, 한글이 적힌 구명조끼 등이 나왔다.

제목 ‘뼈의 방’은 기증 받은 유골을 모아둔 법의인류학(法醫人類學) 전문가의 특별한 공간을 가리킨다. 법의인류학은 드라마 등을 통해 알려진 법의학을 비롯해 고고학, 인류학과도 연관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법의학자들이 주로 시체 전반에서 사망 원인과 방식을 찾는 반면 법의인류학자들은 뼈에서 이를 찾아낸다. 유골을 건네받은 법의인류학자의 임무는 우선적으로 ‘빅4’라고 부르는 성별, 나이, 혈통, 키의 정보를 파악해 유골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다. 앞서 본 유령선의 경우 북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시체가 이미 백골이 되어 정확한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다’ ‘뼈는 삶을 이야기한다’ ‘죽음이 남긴 메시지’의 3부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형태의 유골이 발견된 역사적 사건과 현장에 대한 사례들이 실려 있어 흥미롭다. 홍콩 출신으로 영국 레스터대에서 법의인류학과 법의고고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티모르 독립 과정에서 희생당한 무연고 시체를 수습했고, 미국 폴란드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법의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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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뼈#기억#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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