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빈 공간에 꾸민 정원… “힐링 명소 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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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휴(休)가든’ 조성 사업
상계주공15단지 등 12곳에 만들어
“휑했던 공간이 꽃-식물로 가득…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부러워해”

서울 노원구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 안 방치된 공간을 정원으로 탈바꿈하는 ‘휴(休)가든 조성 사업’을 벌였다. 상계동 
상계주공15단지 안 맨바닥을 그대로 드러냈던 화단(위쪽 사진)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꽃을 심고 가꾸면서 다양한 식물과 연못이 
있는 정원으로 바뀌었다.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 안 방치된 공간을 정원으로 탈바꿈하는 ‘휴(休)가든 조성 사업’을 벌였다. 상계동 상계주공15단지 안 맨바닥을 그대로 드러냈던 화단(위쪽 사진)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꽃을 심고 가꾸면서 다양한 식물과 연못이 있는 정원으로 바뀌었다.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5단지에 최근 400m² 규모의 정원이 들어섰다. 맨바닥을 그대로 드러냈던 화단은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는 야생화원으로 바뀌었다. 한쪽에는 수국이 만발하고 그늘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을 모아 놓은 음지정원도 있다. 정원 가운데로는 오솔길을 냈고 연못도 생겼다. 오래된 아파트단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주민 양성희 씨(33)는 “휑했던 공간이 꽃과 식물로 가득 차니 일곱 살 딸아이도 좋아한다. ‘사설 식물원 못지않게 잘 꾸몄다’며 다른 아파트 주민이나 지인들이 매우 부러워할 정도”라며 웃었다.

노원구에는 최근 상계주공15단지를 포함한 12곳에 이러한 정원이 조성됐다. 이는 ‘휴(休)가든’ 조성 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에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이 마음의 안정을 얻고 이웃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해 느티울근린공원 등에 정원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는 아파트단지 안 화단 및 공터로 대상지를 확대했다. “주민들이 더 가까이서 더 자주 정원을 누릴 수 있도록 아파트단지로 눈을 돌려보자”는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주문에 따른 것.

구는 지난해 말부터 각 아파트단지에 사업을 안내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정원을 조성하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비용이 부담되고 전문가를 찾기 힘들어하는 단지를 대상으로 삼았다. 5년 내 재개발 계획이 있는 단지 등은 대상에서 뺐다. 김혜량 구 조경팀장은 “처음에는 미지근한 반응이 적지 않았으나 단지를 돌며 내용을 설명하자 관심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2월 말 아파트단지 12곳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구는 단지별로 설계 및 시공에 필요한 비용 2200만 원을 지원했다. 전문가도 연결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참가했던 작가 등을 대상으로 휴가든 조성 사업 참여 여부를 타진해 6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들은 각 2개 단지를 맡아 주민들과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설계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삭막했던 아파트단지 안 유휴공간은 머무르고 싶고, 모이고 싶은 정원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상계주공15단지의 경우 ‘행복의 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단지 관리사무소의 박수진 관리과장은 “30년 넘은 아파트이다 보니 관리에 신경을 써도 아쉬움이 있었다”며 “한 달여에 걸쳐 전문가가 참여하고 주민들이 꽃도 직접 심으며 정원을 가꾸니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하계동 중계주공9단지에는 ‘머무는 정원’이 들어섰다. 설치한 지 오래돼 사용이 어려운 덱(deck)에 벤치와 커다란 화분(플랜터)으로 동시에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채용했다. 상계동 불암현대아파트는 기존의 쓰레기수거함 옆에 방치됐던 텃밭을 정원으로 바꿨다. 이곳에는 테이블과 그늘막을 설치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구는 조성된 정원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해 마을정원사도 배치했다. 이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정원을 가꾸며 생활 속 정원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오 구청장은 “주민들이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동네의 개성이 드러나는 등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 됐다”며 “이웃과 소통하고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아파트 빈 공간#노원구#휴(休)가든#힐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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