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문학은 인간의 이해 높여 줘”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6-21 03:00수정 2021-06-2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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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소설 ‘수영장 도서관’ 한국 출간 英 앨런 홀링허스트 1980년대 영국 런던. 20대 남성 동성애자 윌리엄은 고급 아파트에 살며 최상위층의 삶을 즐긴다. 낮에는 수영으로 몸을 단련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아다닌다. 윌리엄은 우연히 80대 남성 동성애자 찰스를 만난 뒤 기묘한 사건들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그의 인생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지난달 25일 한국에 두 번째 장편소설 ‘수영장 도서관’(창비)을 출간한 영국 작가 앨런 홀링허스트(6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영국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는 상황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며 “신작은 영국이 1967년에 21세 이상 남성 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폐기한 이후를 다뤘다”고 밝혔다. 국가가 동성애자를 처벌하던 제도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삶과 사랑을 그리는 소설이 태동했다는 것. 그는 “당시 나는 옥스퍼드 대학원생으로서 동성애 작가들을 연구했다. 영국의 커다란 사회 변화를 소설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동성애자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다뤄 영국에서 1988년 출간 직후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다른 퀴어 장편소설 ‘아름다움의 선’(창비)으로 2004년 영국 최고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퀴어 작품으로 부커상을 받은 건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동성애 반대론자들이 그의 수상에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부커상 수상 당시 이미 20여 년간 동성애자의 관점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내 책에 대한 논란에 약간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부커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학상이다. 수상 후 영국에서 성에 대한 미묘하고 복잡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의 부커상 수상이 퀴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퀴어 문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퀴어 문학은 우리 사회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퀴어 문학의 발전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퀴어 문학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퀴어 문학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기묘한 소재를 끊임없이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작가들이 필요하다”며 “재능 있는 퀴어 문학 작가들이 문학계 주류로 들어오는 건 작가의 천재성과 더불어 주제 자체의 사회적 또는 정치적 긴급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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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박상영 김봉곤 등 퀴어 문학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때 하위문화로 여겨지던 퀴어 문학이 주류 문학계에서도 차츰 인정을 받고 있지만, 영미권에 비하면 작가들의 활동이 아직 적은 편이다. 그는 “한국 퀴어 문학 역시 번역을 통해 해외에 알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퀴어 소설#수영장 도서관#앨런 홀링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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