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고 놀이치료 받으니 면역력이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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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모금회 '사회백신' 운동 활기
코로나 여파 고립감 깊던 어르신들, 채소 재배-미술활동 등 통해 '활력'
단체급식 막힌 아동엔 도시락 지원… 모금회, 7월 31일까지 나눔 캠페인

15일 대전 동구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앞 화단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을 공동체 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석의, 채화자, 정송자, 박철순, 한선영, 임병란 할머니(왼쪽부터)가 밝게 웃고 있다. 대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5일 대전 동구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앞 화단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을 공동체 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석의, 채화자, 정송자, 박철순, 한선영, 임병란 할머니(왼쪽부터)가 밝게 웃고 있다. 대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혼자 집에만 있으면 너무 울적하고 쓸쓸하지. 여기 심은 상추와 아욱이 무럭무럭 크는 걸 보는 게 요즘 낙이야. 비 오면 이파리가 빤질빤질해서 얼마나 예쁜지 몰라. 잘 크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복지관 앞으로 지나간다니까.”

14일 오후 대전 동구의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앞 화단. 한선영 할머니(83)가 호미를 들고 복지관 화단을 찾았다. 할머니는 30여 개 화분 중 자신의 이름표가 붙은 화분을 찾아 상추 모종을 심었다. 다른 어르신 3명도 화단을 찾아 방울토마토가 잘 자라도록 줄기에 지지대를 대는 등 저마다 채소를 돌봤다.

이 활동은 복지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화된 어르신들의 고립감과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올 3월부터 진행하는 ‘마을 공동체 밥상’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여 명의 홀몸 여성 노인이 화단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수확한다. 수확한 채소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기도 한다.

이날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에도 복지관 화단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흥이 오른 어르신 한 명이 호박잎을 따다 말고 노래를 부르자 다른 어르신들도 함께 일어나 박수치고 노래를 불렀다.

김문선 사회복지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명절 때조차 가족을 만나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해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의 사회복지기관 및 단체들은 이처럼 최근 ‘돌봄 공백’에 빠진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포스트 코로나’ 복지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대구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4월부터 고령층 마음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다. 대구 지역노인복지관 19곳은 홀몸노인 중 우울지수가 높은 어르신 28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우울 극복 마음치료 프로그램 행복한 노리(老利)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소규모로 모여 전통놀이와 미술활동 등을 하며 놀이치료를 받는 것이다.

최연정 협회 사무국장은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아 지역 어르신들이 외부 활동을 거의 못 하는 바람에 고립감이 더욱 심했다”며 “어르신들이 ‘혼자 TV에 대고 말할 수도 없고 너무 외로웠는데 덕분에 잘 놀고 간다’는 말씀을 하시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대구사회복지관협회는 ‘취약계층 생활물품 지원사업’을 통해 제때 끼니를 챙겨 먹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지원한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노인과 장애인, 소외 아동 등이 대상이다.

대구 동구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A 양은 평소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귀가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센터 내 식사가 금지되면서 저녁을 챙겨 먹기 어려워졌다. 홀로 A 양을 키우는 어머니는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해 딸의 식사를 챙겨줄 상황이 아니었다. A 양은 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뒤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받아가 먹게 됐다. 현재 대구지역 27개 사회복지관이 A 양과 같은 취약계층 1350가구에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모금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15일부터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백신으로 맞서듯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사회백신’인 복지 서비스로 돕겠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지역모금회가 다음 달 31일까지 모금을 진행한다. 목표 모금액은 350억 원이다.

모금회 측은 “캠페인 기간에 모인 기부금은 코로나 우울 극복을 위한 정신건강 사업 지원,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와 돌봄 공백 해소, 안전한 대면 복지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텃밭#놀이치료#면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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