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네타냐후 연정’ 1표차 불안한 출범… 네타냐후 “곧 뒤엎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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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회 특별총회 신임투표
찬성 60표-반대 59표… 기권 1표, 62표 예상했다 2표 이탈로 화들짝
네타냐후 보좌관 출신의 베네트… 4년 총리임기 중 먼저 2년 맡아
“이란核 허용 안해” 극우기조 천명… 바이든 “긴밀한 협력 기대” 축하

물러나는 네타냐후 뒤에서… 새 총리 베네트 ‘속닥속닥’ 1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의회에서 실시된 연정 신임투표에서 새
 총리에 오른 나프탈리 베네트 극우 야미나당 대표 겸 전 국방장관(뒷줄 왼쪽)이 아옐레트 샤케드 부대표와 앉아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둘의 앞에 15년 2개월간 집권했다가 이날 실각한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앉아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물러나는 네타냐후 뒤에서… 새 총리 베네트 ‘속닥속닥’ 1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의회에서 실시된 연정 신임투표에서 새 총리에 오른 나프탈리 베네트 극우 야미나당 대표 겸 전 국방장관(뒷줄 왼쪽)이 아옐레트 샤케드 부대표와 앉아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둘의 앞에 15년 2개월간 집권했다가 이날 실각한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앉아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2)가 결국 실각했다. 2009년 3월 두 번째 집권 이후 12년 만이다. 정권을 처음 잡았던 1996∼1999년까지 더해 15년 2개월간 지켰던 총리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네타냐후보다 더 극우이고 ‘이스라엘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을 자처하는 반(反)이란·반팔레스타인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 당 대표(49)가 새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반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8개 정당의 이념이 제각각이고 네타냐후 또한 “곧 돌아오겠다”며 복귀를 천명해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실각한 네타냐후는 총리로서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야당이 되는 것이 숙명이라면 이 위험한 (연립) 정부를 뒤엎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돌아오겠다”며 총리직 복귀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2019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로 총리직마저 잃으면서 면책 특권까지 사라져 앞으로 법원 판결에 따라 감옥에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반네타냐후 연정은 이날 이스라엘 의회 특별총회에서 진행된 신임 투표에서 전체 의석 120표 중 찬성 60표를 얻어 앞으로 4년간 이스라엘을 이끌게 됐다. 반대 59표, 기권 1표였다. 간신히 1표 차이로 연정 구성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연정 구성은 자칫 무산될 뻔했다. 연정 참여 8개 정당 의원은 모두 62명이었는데 이 중 한 명이 반대로 돌아섰다. 다른 한 명도 지지를 철회했는데 다만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고 기권을 해 가까스로 연정 구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소속 의원 7명 중 6명이 연정에 찬성한 야미나 외에도 방송인 출신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58)가 이끄는 ‘예시 아티드’(중도), 청백당(중도), 이스라엘베이테이누(우파), 노동당(좌파), 뉴호프(우파), 메레츠(좌파), 라암(아랍계) 등 다양한 이념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했다. ‘무지개 연정’으로 불리는 이유다.

베네트와 라피드는 4년 임기를 2년씩 나눠 2023년까지 베네트가 총리를 맡고 라피드가 외교장관을 지낸 후 서로의 자리를 바꾸기로 했다. 청백당을 이끄는 베니 간츠 대표(국방) 등을 포함해 나머지 정당 대표와 핵심 관계자가 27개 장관직을 나눠 맡는다.

1972년 유대교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난 베네트는 네타냐후처럼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 ‘사예레트 마트칼’에서 복무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정보기술(IT)기업 사이오타를 설립했고 2005년 1억4500만 달러(약 1670억 원)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됐다. 2006년 네타냐후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경제, 교육, 종교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2018년 공석인 국방장관을 노렸지만 네타냐후가 반대해 사이가 벌어졌다. 다음 해 국방장관에 올랐지만 이미 관계가 틀어졌다.

베네트는 평소 “내가 네타냐후보다 오른쪽”이라며 극우 성향을 과시했고 이날도 대이란 강경 기조를 천명했다. 그는 신임투표 전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허용하지 않겠다. 서방이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려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정권을 정당화하는 실수”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가장 좋은 친구”라며 새 연정 출범을 축하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反네타냐후 연정#불안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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