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장애교원 뽑지 못한 벌금, 20년만 장애학생에 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21-06-12 03:00수정 2021-06-14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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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자식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떻게 할까. 무엇보다 교육 뒷바라지를 열성으로 한다. 일단 의대부터 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나 교수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교·사대에 가서 임용고시를 보거나 대학에서 석·박사를 해야 가능하다. 결국엔 ‘교육’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에는 눈감은 채 누군가가 교사나 교수가 되길 바라는 정책이 있다. 바로 정부의 ‘장애인 고용촉진법 개정안’이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4%에서 2024년 이후 3.8%로 상향하겠다는 개정안을 내놨다. 얼핏 보면 지극히 옳고, 진즉 그랬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속을, 특히 교육 공공분야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개정안대로라면 전국 공립 유초중고교 교사를 비롯해 국공립대 대학교수도 공무원인 만큼 3.8%로 상향될 장애교원 비율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교·사대에 진학하거나 석·박사 과정까지 밟는 장애학생이 턱없이 적은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장애교원을 더 뽑기 위해 매년 교원 신규채용의 6.8%(2020년 기준 858명)를 장애지원자에게 할당해도 의무고용률이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다. 앞으로 매년 900명씩 7년을 더 뽑아도 3.4%를 채울까 말까다. 그런데 목표치가 더 오른다니 교육계에선 ‘악’ 소리가 나온다.

교육계가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종의 ‘벌금’ 격인 장애인 고용분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명이 미달될 때마다 연간 적게는 1300만 원에서 많게는 2150만 원을 내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장애교원을 뽑지 못해 낸 돈은 총 385억 원이다. 교육부문 장애인 고용이 전 분야 꼴찌다 보니 학생 교육에 써야 할 385억 원이 고용분담금으로 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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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도 장애를 가진 교수를 못 뽑으면 ‘벌금’을 낸다. 한 국립대는 지난해 교내 장애학생 지원에 8000만 원을 썼는데 정작 ‘벌금’으로는 1억2000만 원을 냈다. 이 돈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벌금만 늘어나니 결국 장애학생 지원금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교육계의 벌금은 장애인 고용기금으로 들어가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사업장 지원에 쓰인다. 고용부로서는 의무고용 목표치도 높이고 고용기금도 확보하니 실속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교원 고용을 늘리는 데 도움을 못 준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진실로 교육계에 장애교원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교육 분야의 ‘벌금’만큼은 고용기금이 아닌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기금에 쓰이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모든 장애학생이 집 근처에 있는, 원하는 특수학교에 진학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꿈을 제한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렇게 20년만 투자하면 교·사대에 진학하고 박사까지 끝낸 장애학생들이 다수 배출돼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럼 장애인 고용률 3.8%가 아니라 13.8%도 이뤄낼 수 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장애교원#벌금#장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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