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英핵심기지 찾은 바이든, 유럽 향해 “美가 돌아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6-11 03:00수정 2021-06-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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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위해 취임후 첫 해외방문 “강압 아닌 가치에 바탕한 동맹”
트럼프가 훼손한 질서 회복 강조… 관세 철회로 EU와 신뢰회복
中에 맞서 공동전선 구축 나설듯
1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영국 서퍽 왕립공군기지 밀든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그는 11∼13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에 도착한 후 첫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복귀’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러시아 등과 잇달아 정상회의를 갖는다. 서퍽=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유럽 방문길에 오르면서 ‘미국의 복귀’를 알리는 외교 행보를 본격화했다.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8일간의 이번 순방은 지금까지 훼손돼 온 유럽 동맹을 복원하고 이들과 공동전선을 다시 구축해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정책을 강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유럽 동맹 되찾기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진행한 로열 공군기지 밀든홀 연설에서 미군 장병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역설했다. 1월 취임 후 해외 정상들과의 통화 등에서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해외 방문 현장에서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우리의 동맹들은 위협이나 강압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구축됐다”며 “미국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함께 모을 때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해 더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지치고 놀란 세계의 동맹과 지도자들을 향해 이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방위비 증액 압박,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관세 부과 등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하면서 유럽 지도자들과 대립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주둔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연설한 장소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열 공군기지는 그 역사가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소 냉전 시절 핵 억지를 담당한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핵심 기지로 사용됐던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살인자(Killer)’라고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16일)을 일주일 앞두고 러시아를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도중 러시아를 언급하면서 “미스터(Mr.) 푸틴에게 내가 알리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해로운 활동에 관여할 때 강력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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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시법원은 9일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反)부패재단’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며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NYT는 “다음 주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 내정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中 맞서 동맹과 공동전선 구축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대서양 무역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견제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과는 경제적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와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미-EU 정상회담에서 양자가 주요 수입에 경쟁적으로 부과한 관세 철회에 합의하고 서명할 예정이다. 양측은 에어버스, 보잉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 지원을 둘러싼 신경전 속에 부과했던 관세와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치즈 및 미국산 위스키, 오렌지주스, 청바지 등에 서로 부과했던 맞불 관세 등을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데 합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측은 합의서 초안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다면적 접근과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긴밀하게 상의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동맹끼리의 ‘관세 전쟁’을 끝내고 미국이 최대 위협으로 규정한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며 이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를 넣는 방안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공동성명에 넣었던 내용을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가 정상 레벨로 올리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새로운 대서양 헌장’을 발표했다. ‘대서양 헌장’은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합의한 것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무역 증진을 강조함으로써 전후 국제질서의 근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0일 오후 전용기편으로 출국했다. 스가 총리가 대면으로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실무협의 단계에서 G7 정상회의 후 발표될 정상선언에 ‘도쿄 올림픽 개최 지지’ 문구를 명기할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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