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100일, 일상이 돌아온다… 106세 할머니 “말벗 되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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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100일]

말벗을 되찾은 최오경 할머니가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말벗을 되찾은 최오경 할머니가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이고, 이제 맘 편히 버스 탈 수 있으니 너무 좋죠. 백신 맞기 전에는 무서워서 버스로 5분 갈 거리를 30분씩 걸어 다녔거든.”

5일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지금까지 국민의 약 14%가 백신을 맞았다. 출퇴근길 버스도 조심스러웠던 요양보호사 이순단 씨(64·여)도 그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모두 마쳤다. 그는 “몸이 약한 어르신을 돌보다 보니 혹시 코로나에 감염될까 늘 살얼음판이었다”며 “장을 볼 때도 일회용 장갑을 낄 정도였는데 요샌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최오경 할머니(106·서울 노원구)는 화이자 백신을 맞고 ‘옆집 동생’을 되찾았다. 코로나19 유행 때마다 얼굴 보기 힘들었던 91세 이웃 할머니를 이제 마음 내키면 언제든 볼 수 있다. “‘못된 병’이 얼른 없어져야 하는데 늘기만 하니 걱정이 됐지. 그래도 이젠 조금 안심이 돼.” 말벗이 돌아온 것은 최 할머니에게 작지만 소중한 변화다.

미소 되찾은 요양병원 의료진들 “그래도 끝까지 조심”
국내 백신접종 100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레벨D구역으로 들어가면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레벨D구역으로 들어가면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무증상이었던 환자가 이틀 만에 숨쉬기조차 힘든 상태로 악화됐어요. 2주 동안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을 땐 환자와 보호자들의 민원이 엄청났고요. ‘나도 걸릴까 무섭다’며 병원을 떠나는 의료진까지…. 이제 그런 ‘공포의 시간’은 없으리란 안도감이 있어요.”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상황실에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상황실에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윤영복 원장(65)의 목소리는 그의 설명처럼 편안하게 들렸다. 요양병원인 이곳에선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확진자가 226명 나왔다. 올 1월에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돼 입소자 모두가 확진자다. 윤 원장은 “지금은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고 말했다. 직원 150여 명 모두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덕분이다. 그는 “백신을 맞았으니 ‘이제 우리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다”며 “그만큼 환자들을 대할 때 자신감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상황실에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상황실에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남 화순의 암 전문 요양병원인 푸른솔요양병원도 최근 직원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음을 실감한다. 접종 전에는 집단감염에 대비해 장홍주 원장(48)과 직원 모두가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입소자와 직원의 80% 이상이 백신을 맞은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장 원장은 “극심한 피로에 지쳐 있던 직원들이 ‘업무 부담이 줄었다’며 기뻐한다”고 전했다.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전담치료병동 운영실장(46·감염내과 전문의)은 “현재 우리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중환자 중 요양병원에서 온 확진자는 없다”며 “백신의 효과를 현장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변이 바이러스 유행 등을 고려하면 완전히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상황실에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4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 상황실에서 모바일 백신접종 완료증서를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저는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았지만 끝까지 조심하려고요. 코로나19 때문에 못 본 그리운 친구들이 많은데. 제가 그랬어요, ‘우리 같이 먹고 싶은 음식 하나하나 적어뒀다가 나중에 만나서 행복하게 다 먹자’고. 모두 다 백신을 맞으면 곧 그런 날이 오겠죠?”(요양보호사 신정숙 씨)

예약 증가에… 6월 맞을 AZ 일부 7월 넘어갈듯
교직원, 방학때 화이자-모더나 접종

6월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에 사용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해 일부 접종이 7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19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예약자는 552만 명이다. 반면 정부가 비축하거나 도입 예정인 물량은 501만 회분이다. 예약자보다 51만 회분 적다. 방역당국은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사용으로 실제 접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DS 주사기를 쓰면 아스트라제네카 한 바이알(vial·병)당 접종자가 10명에서 11∼12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일부 폐기 물량을 감안하면 충분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불가피하게 (일정이) 조정돼야 한다면 7월 초에 신속히 접종받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전국 초중고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교직원에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실시된다. 1, 2차 접종 간격이 3∼4주로 짧기 때문이다. 2학기 전면 등교를 준비하기 위해서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수급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월 고3 학생들이 맞을 백신은 화이자로 결정됐다.

한편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동네 병의원이 갖고 있는 예비명단과 네이버, 카카오를 통한 예약을 병행해 달라”며 “기존 예비명단을 9일까지만 사용하는 정부 지침을 따르면 정상적인 병원 업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ksy@donga.com·김소민·이지윤 기자 /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06세 할머니#백신접종#일상#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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