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 ‘줌 바람’ “24시간 수업, 들들 볶아줍니다”

오승준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1-06-03 03:00수정 2021-06-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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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줌’ 활용 과외 성행
“새벽 1시건 2시건 상관없어요. 24시간 ‘밀착 마크’해 줍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접촉이 안 될 뿐 실제 수업량은 더 늘어나도록 보장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 입시컨설팅학원은 최근 전북에 사는 고교 3학년 A 군과 상담하며 이렇게 홍보했다. 이 학원은 A 군 같은 지방 학생들이 적지 않게 등록해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서울에 오진 않는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상담을 받고 강사가 짜주는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수업을 듣는다. 학원 관계자는 “9월 수시모집 마감 때까지 24시간 내내 ‘들들 볶아 주겠다’고 하면 학생들도 반가워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 방역수칙에 따라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가 오히려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줌 수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지방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다. 다만 심야 수업은 서울시 조례 위반 소지가 있는 데다 불안한 학부모의 심리를 노린 상품들이 늘어나 주의가 필요하다.

○ “새벽 2시에 줌 수업하기도”

동아일보가 1, 2일 줌 수업을 하는 대치동 입시학원과 컨설팅학원 10곳에 문의했더니, 8곳이 “학부모 요청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에도 ‘줌 수업’을 한다”고 안내했다.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지방 학생은 10%가 안 됐는데 지금은 50%를 넘는다”며 “주로 일대일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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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학원에 따르면 줌 수업 신청자들은 대부분 심야시간을 선호한다고 한다. 직접 가서 듣는 학원이 오후 10시쯤 끝나 그 이후 수업받길 원한다. B학원 관계자는 “자정 이후는 물론이고 새벽 2시에 수업을 듣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수업 방식에 학부모나 학원 모두 만족하는 눈치다. 중3 자녀를 둔 어머니 김모 씨는 “맞벌이라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확인이 어려웠는데, 심야 줌 수업은 퇴근 뒤 챙겨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도 학원을 오가는 불편이 없어 더 좋아한다”고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에 지장이 많았다. 줌 수업은 대면 수업이 끝난 뒤 ‘버리는 시간’에도 가능해 학원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줌 수업이 인기를 끌며 해외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늘어났고, 해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도 많아졌다. 올해 국내 의대에 진학한 A 씨(19)는 “지난해 베트남 국제학교에 다니며 줌으로 대치동 C컨설팅학원 수업을 들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C학원 대표는 “요즘 유학반은 해외에 체류하며 국내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가 70%고, 수강생 약 50%가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며 “과거에 방학 때 대치동에서 단기 특강을 받던 수요가 온라인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 “적절한 수업인지 잘 따져봐야”

하지만 온라인이라 해도 심야에 진행하는 수업은 법을 어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2008년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해 오후 10시 이후 교습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개인 과외 역시 2017년부터 오후 10시 이후엔 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 위반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제보가 없으면 비대면 수업을 일일이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자녀의 학습 부족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파고드는 ‘불필요한 수업’도 많다고 조언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최근 중학생이 컨설팅학원 수업을 받기도 하는데 입시 정책 변화 추이를 볼 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줌 수업도 질적으로 천차만별이다. 향후 입시 정책과 자녀 성향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승준 ohmygod@donga.com·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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