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No 마스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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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느냐 마느냐.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미국이 마스크를 벗는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3일 ‘실내 노 마스크’ 허용 방침을 발표하자 의료계와 노동계가 “섣부른 조치”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CDC는 백신 접종을 끝내고 2주가 지난 사람은 대중교통과 학교를 제외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의료계 종사자 18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2회 접종자는 94%, 1회 접종자는 82%가 면역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변이 바이러스인 영국 변이에 화이자와 모더나가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보인 점도 감안했다. 유통업체 월마트와 코스트코, 스타벅스와 디즈니월드가 CDC의 발표 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문제는 옆에 있는 사람이 백신을 맞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성인의 백신 접종률은 아직 40%가 안 된다. 노동계에선 백신 접종을 않고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필수 노동자들을 감염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뉴욕타임스가 감염병 전문가 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가 향후 최소한 1년간은 불특정 다수와 실내에 있을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 CDC의 발표에도 22개 주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감염되는 ‘돌파 감염’의 위험도 마스크를 선뜻 벗지 못하게 한다.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에서는 최근 얀센 백신을 맞은 선수와 코치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스크를 벗은 채 라커룸을 같이 쓰고 함께 식사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올 3월엔 켄터키의 한 요양원에서 26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중 19명은 화이자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였다. 미국에선 2차 접종자 10만 명당 7.5명꼴로 돌파 감염 사례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돌파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스크 대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미국 CDC는 코로나와 관련해 ‘하면 안 되는 일’ 세 가지를 발표했다. ‘중국 여행 가지 않기’ ‘아시아계 탓하지 않기’ 그리고 ‘마스크 쓰지 않기’였다. 마스크 쓰기는 해될 것은 없지만 손 씻기나 거리 두기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집단도 마스크에 대해선 완벽한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 접종률이 60%가 넘는 이스라엘은 “실내 노 마스크는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접종률이 아직 한 자릿수인 한국에선 마스크 쓰기를 더더욱 게을리해선 안 되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마스크#노마스크#마스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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