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딜레마, 윤대진 수사땐 조국-박상기도 수사해야 하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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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관련… 檢서 이첩 받고 수사확대 고민
재이첩땐 사건서 손떼는 모양새… 직접수사땐 정권 겨냥하는 꼴
‘윤중천 보고서’는 두달째 미적

검찰이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검사 3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로 이첩한지 나흘재인 17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청사로 출근하고있다. 과천=뉴시스
검찰이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검사 3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로 이첩한지 나흘재인 17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청사로 출근하고있다. 과천=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선 직접 수사할지, 검찰로 다시 이첩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에 연루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사 3명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았지만 사건 처리를 두고 고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윤 전 국장 등을 직접 수사하기에는 수사 여력이 부족하고, 안양지청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방해에 관여한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할 경우 공수처가 김 전 차관 관련 사건 수사를 계속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 공수처, 尹 수사 땐 조국-박상기 수사 불가피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이 13일 윤 전 국장을 비롯해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를 공수처로 이첩하면서 함께 넘긴 사건 기록에는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이 김 전 차관 사건에 개입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 전 장관은 2019년 6월 안양지청 수사팀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를 수사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윤 전 국장에게 “나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냐”고 질책하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이광철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이 검사가 곧 유학을 갈 예정인데 수사 받지 않고 출국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윤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 조 전 장관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일인 2019년 3월 22일에도 윤 전 국장에게 연락해 “대검의 승인이 없으면 출금이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하는 등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법에 따라 현직 검사인 윤 전 국장 등 3명을 공수처로 이첩하면서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은 이첩하지 않았다. 검찰은 검사 관련 비위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장관 등 다른 고위 공직자 사건은 공수처장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이첩하도록 돼 있다.

공수처는 윤 전 국장 등 수사방해 혐의 관련자 3명을 직접 수사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우선 수사 여력이 부족한 게 현실적인 고민이다.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해 전체 검사 수가 15명으로 검사 정원(25명)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정채용 의혹 수사에 검사 5명을 투입했다. 또 출범 후 하루 약 10건씩 사건이 접수되고 있어 공수처 검사들은 심야나 주말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윤 전 국장 등을 직접 수사할 경우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현 정권에 칼을 들이대는 모양새가 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사건을 3월 검찰에서 이첩받은 후 두 달 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로 사건을 재이첩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공수처의 존립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앞서 공수처는 3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 검사를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결과를 넘겨주면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검찰은 응하지 않고 이 지검장과 이 검사를 직접 기소했다.

○ “공수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때”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서 신속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주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당장의 비판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규원 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과정에 대검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검사가 대검 지시 없이 움직인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상정하기도 어렵다”며 “대한민국 대검이 어떤 곳인가. 대검의 사전 지시가 없는 긴급 출금이었다면 ‘니가 사람이냐’ 소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유원모 기자
#공수처#딜레마#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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