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장식 초판본 살까, 산뜻한 최신본 살까…고전부터 신작까지 ‘취향저격’ 표지 열전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5-18 03:00수정 2021-05-18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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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별로 다른 버전 출시하고
서체까지 바꾼 편집본 내기도
‘굿즈 패키지’ 등 경쟁 본격화
리커버 도서 ‘월든’의 19세기 버전 표지(왼쪽부터). 은행나무 제공
19세기 고전 ‘월든’의 표지를 19, 20, 21세기의 시대감각을 담아 각각 디자인하면 어떤 느낌일까.

출판사 은행나무는 최근 주요 서점별로 월든의 세 가지 리커버 버전을 만들어 펴냈다. 리커버란 기존 도서의 디자인을 바꿔 재출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스24에서 판매하는 월든은 가죽 질감의 표지에 금박을 두른 1854년 초판본 양식으로 꾸몄다. 교보문고에선 녹색과 크림색으로 호수가 유려하게 그려진 1939년판 표지의 월든을 살 수 있다. 알라딘에선 식물 잎사귀를 가운데 넣고 간결하게 디자인한 2021년판 표지를 볼 수 있다.

월든은 미국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가 대자연에 대한 예찬을 쓴 에세이다. 은행나무는 200년 가까이 된 이 작품 표지를 독자들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해 신선함을 줬다. 이다은 은행나무 디자이너는 “품질 높은 리커버 도서를 펴내기 위해 4개월간 디자인 작업에 매달렸다”며 “리커버 도서를 같은 시기 다른 서점에 각각의 버전으로 파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리커버 도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리커버 도서는 2016년 156건에서 지난해 468건으로 3배로 늘었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책 판매량이 늘었지만 미처 신간을 준비하지 못한 출판사들이 리커버 도서를 많이 펴냈다”며 “올해 리커버 도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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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도서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서점이 독점적으로 확보한 리커버 도서를 고객 유인책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고전뿐 아니라 신작도 리커버 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2019년 6월 나온 소설가 김초엽의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은 지난해 11월 리커버 도서로 출간돼 20, 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었다.

민음사가 올 1월 교보문고와 협업해 내놓은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는 표지뿐 아니라 서체와 글자 정렬 방식까지 바꿔 출간됐다. 박정남 교보문고 마케팅추진팀 차장은 “최근 리커버는 편집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굿즈와 함께 패키지로 만들어 파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리커버 도서를 확보하기 위한 서점 사이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출판 시장 전체로는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리커버 도서가 대형서점에만 공급되면 소규모 서점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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