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결례라 생각해 정민이 부모께 전화 안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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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측 ‘한강 사망’ 관련 첫 공식입장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함께 술을 마셨던 A 씨 측이 “당시 새벽에 전화하는 건 결례라 생각했다. 가족이 마침 깨있어 손 씨를 찾으러 갔다”고 해명했다. A 씨 측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A 씨 측 법률 대리를 맡은 정병원 변호사는 17일 A4 용지 17쪽 분량의 입장문에서 “A 씨는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당일 만취해 기억하는 게 별로 없어 답변이 어려웠다”며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길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했다. 입장문엔 A 씨가 최면조사 등 경찰 참고인 조사를 6차례 받은 사실과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한 목록도 담겼다.

가족이 공원에 간 경위에 대해서는 “오전 4시 15분경 사는 아파트에 화재 신고가 있어 소방관이 방문해 부모가 깨어 있었다. 술에 취한 A 씨가 대답을 잘 못해 찾아갔다”고 했다. 손 씨 가족에게 전화하지 않은 건 “고인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나 새벽에 편하게 연락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화재 신고가 있었던 건 맞다”고 밝혔다.

A 씨가 신었던 신발을 버린 것은 “어머니가 당시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며 “밑창이 닳을 정도로 낡은 데다 토사물까지 묻어 다음날 집 정리를 하며 내다 버렸다”고 했다.

‘집안에 유력인사가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가족이나 친척 중에 수사기관이나 법조계, 정·재계 등에 있는 유력인사는 전혀 없다. A 씨의 아버지는 유력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도 전업주부”라고 했다. A 씨와 손 씨의 관계는 “해외여행도 두 번이나 같이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A 씨 측의 입장문에 대해 “경찰 조사와 비슷한 내용이다. 그간에 내놓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라며 “사건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A 씨 가족이 공원에 직접 찾아간 이유나 신발을 버린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손현 씨는 “진짜 궁금한 대목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은 느껴지지 않고, 지금껏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고 비난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새벽#결례#정민이 부모께#전화#한강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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