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출판유통통합전산망 좌초 위기, 왜?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5-18 03:00수정 2021-05-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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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원 들인 정부 주도 시스템
책 판매량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

출판계, 전산망 가입 의무화 반발
“인세 미지급 사건은 일부의 문제”
영업정보 외부로 노출될까 우려도
인세계약 투명성을 놓고 작가들과 출판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정부가 9월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출판전산망)이 제 기능을 못 할 위기에 처했다. 출판계가 ‘일부 출판사의 불공정 관행을 일반화한다’며 반발하는 데 따른 것이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계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6일 출판전산망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문체부는 출판전산망이 구축되면 작가와 출판사가 실시간으로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어 출판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이날 사업설명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 출판사와 유통사 등 약 700개사가 소속된 출협이 출판전산망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협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출판사 ‘아작’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고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출협이 말한 ‘이번 사건’이란 최근 공상과학(SF) 출판사 아작이 장강명 등 여러 작가의 인세를 누락한 후 사과한 것을 말한다. 장강명은 이달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며 정부의 출판전산망 가동을 촉구했다. 정부 감시하에 판매량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인세 누락 같은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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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45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8년부터 출판전산망 사업을 추진했다. 이미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올 9월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전산망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출판계 도움이 필수”라며 “현행법상 출판사들에 전산망 참여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출판사들은 정부가 출판전산망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출협 관계자는 “문체부가 출판전산망 사업을 진행하면서 출판계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며 “독서 문화 진흥을 위해 마련한 ‘세종도서’로 출판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출판사가 세종도서를 신청하려면 출판전산망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도서에 선정된 출판사는 공공도서관 등에 책 구입, 운송비용 명목으로 도서당 8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출판사와 서점들이 자신들의 영업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걸 꺼리는 것이 출판전산망 가입에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캐나다, 일본 등은 민간 주도로 출판유통 시스템을 마련해 이 같은 갈등 소지가 적었다”며 “투명한 출판유통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대의를 거부하는 출판사는 없는 만큼 문체부가 합리적인 유인책을 통해 출판사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출판유통통합전산망#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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