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재發 인플레 조짐… 커지는 가계파산-기업부도 위험

동아일보 입력 2021-05-17 00:00수정 2021-05-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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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원유와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14일 현재 배럴당 63.37달러로 거래되며 한 해 전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구리 가격도 t당 1만245.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원자재값 상승은 서민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생활 물가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1600원을 넘어서며 1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가와 연동돼 있는 전기요금에 대한 인상 요인도 커지고 있다. 옥수수와 밀, 콩 등 국제 곡물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지난달 외식 물가상승률은 1.9%로 2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조금씩 상승 중인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게 되면, 빚을 늘려온 가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우리 가계 부채는 1726조 원으로 전년보다 7.9%나 급증한 상태다. 금리 상승은 빚을 내서 투자한 가계를 자산 가치 하락과 이자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 또 인플레이션은 실질 임금의 하락을 불러와 코로나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서민들에게 다시 한번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금리 상승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부실기업을 한꺼번에 드러내 우리 산업에도 충격을 줄 우려가 크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100곳 가운데 18곳이 영업이익으로 3년 연속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한계기업이었다. 원자재값 급등에도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기 쉽지 않은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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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움직임이 본격화하기에 앞서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가계와 기업들도 대비를 서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내년에는 대선이 있어 앞으로 재정 확대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정부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영합하느라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그 고통이 국민 생활에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원자재#오름세#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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