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1심 무기징역… “인간 존엄 짓밟아”

김태성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5-15 03:00수정 2021-05-1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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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죽을 수 있다는 것 알면서도 복부 2회 이상 밟아” 살인죄 인정
학대-방임 혐의 양부는 징역 5년… “학대 몰랐을 리 없어” 법정구속
법원앞 시민들 “사형 선고했어야”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정문 앞에 모인 시민들이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하는 게 타당하다”며 양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養母)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지난해 10월 정인이가 숨진 이후 7개월 만이다.》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범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잘못을 철저히 참회할 기회를 갖도록 함이 타당하다.”

1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에서 재판장은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의 양모(養母) 장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장 씨의 몸이 순간 흔들렸다. 재판부가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養父) 안모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자 장 씨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호흡이 가빠졌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안 씨도 고개를 푹 숙였다.

○ “복부 밟아”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지난해 10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상습아동학대 등)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장 씨 측의 주장과 달리 정인이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된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장 씨가 정인이를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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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의학 논문 등에 따르면 (장 씨 측의 주장과 달리) 일상적인 높이의 자유낙하로는 췌장 손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췌장의 절단이나 장간막이 파열될 정도의 외력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췌장이나 장간막보다 크기가 더 크고 심장과 거리가 더 가까운 간도 파열되어야 하는데 피해자의 간은 파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누워 있는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장 씨가 피해자의 사망 당일 피해자의 복부를 적어도 2회 이상 발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갈비뼈 골절 등 정인이 몸 곳곳에 난 상처도 장 씨의 고의적 학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장 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를 인정한 것은 재판부가 장 씨를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헌법상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장 씨를 강하게 질책했다. 안 씨에 대해서도 “장 씨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납득 못 할 변명만 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안 씨는 선고 이후 재판부에 “정말 죄송하다. 지은 죄에 대해서는 달게 받겠다. 하지만 첫째를 위해서 2심 전까지는 (구속하지 않고) 살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안 씨를 법정구속했다.

○ “사형선고 했어야” 법원 앞 시민들 눈물
서울남부지법 청사 밖에는 정인이 사건의 1심 판결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부산에서 상경한 박정희 씨(42)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릴 만한 엄한 판결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했다. 장 씨가 탑승한 호송차가 법원에 도착한 오후 1시 30분경에는 시민 약 200명이 호송차 주위로 모여들어 “사형”을 외치는 목소리가 법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1시간여 뒤 장 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 중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법원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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