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즐기기에 제격인 한옥[공간의 재발견]

정성갑 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 입력 2021-05-14 03:00수정 2021-05-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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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갑 한 점 갤러리 클립 대표
지난주 김해한옥체험관에서 1박을 했다. ‘다함께 차차茶’란 공예주간 행사를 취재하러 간 여정이었다. 전날 산골 풍경이 수려한 선곡다원에서 찻잎을 따고 늦은 밤까지 차회를 연 우리는 김해한옥체험관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노란 장판에 요를 깔고 잤는데 오전 7시 무렵이 되니 밖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창호문으로는 빛이 어슴푸레 들어왔다. 간단히 옷을 입고 창호문을 열었는데 바로 마당이었다. 맨발로 툇마루에 앉아 하늘도 보고 맞은편 장독대의 옹기도 구경하며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어제 딴 찻잎에 물을 따라 천천히 홀짝이고 있자니 실로 오랜만에 작은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았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 사직동에 있는 운경고택에서 다시 한 번 한옥의 시간을 보냈다. 평소 닫혀 있는 곳인데 5월의 계절과 한옥의 미감을 나누기 위해 ‘운경미감’이란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곳에서도 마당과 자연은 가까웠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마당과 정원이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니 앞쪽으로는 둥근 연못이, 뒤쪽으로는 장독대가 보였다. 그저 가만히 볕을 쬐는 시간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눈꺼풀 위로 내려앉은 햇살을 느끼며 가만 눈을 감고 있으니 마음 저 안쪽에서부터 생생한 기운이 천천히 차오르는 것 같았다.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기 전 한옥에서 5년을 살았다. 이 계절은 매년 황홀할 만큼 좋았다. 맨발로 마당을 왔다 갔다 했고 빨간 대야에 참외를 담아 놓고 틈날 때마다 깎아 먹었다. 어두워지기 전까지 미닫이문은 계속 열린 채로 두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빛이 아롱아롱 천천히 움직이며 벽으로, 장판으로 옮겨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반바지에 티셔츠 하나만 걸친 채 벌러덩 누워 나무 기둥에 다리를 올린 채 구름을 올려다보던 시간은 지금껏 새록새록 기억나는 최고의 ‘생활 낭만’이었다.

김해한옥체험관과 운경고택이 부른 한옥의 추억을 되새기며 한옥의 봄은 왜 그리 좋은 걸까 생각해 보니 한옥에는 새시 같은 두꺼운 외피가 없다. 이를테면 가벼운 옷차림이랄까. 빛도 바람도 가볍게 드나드니 날씨와 계절을 더 깊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은 늘 “부서 간 간격을 줄여보자!”고 강조했다. 편집부와 총무팀 간에 보이지 않는 벽과 막이 없으면 회사가 훨씬 잘될 거라는 이유였다. 돌아보니 인간관계를 포함한 세상사가 다 그렇다. 창호문의 한옥처럼 ‘더위도, 추위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이자’ 하는 마음일 때 더 많은 것을 얻고 누리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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