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집창촌’ 사라진다

이경진 기자 입력 2021-05-12 03:00수정 2021-05-1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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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불법 운영 성매매집결지… 이달까지 업주들 자진폐쇄 진행
수원시, 식당-카페로 건물 리모델링… 성매매여성엔 생계비 등 재활 지원
경기 수원역 지하철 1호선 맞은편 골목에는 1970년대에나 봤을 법한 풍경이 있다. ‘수원역 집창촌’(성매매집결지)이라 불리는 낡은 성매매업소. 현재 성매매집결지 주변에는 4000채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고 5성급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과 AK플라자, 롯데백화점 등이 있어 밤이 되면 불편한 동거는 더욱 극명해진다.

10일 오후 9시경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 114-19번지 앞. ‘청소년 출입금지구역’이라고 적힌 폭 2m 남짓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다닥다닥 붙은 수십 개의 성매매업소가 늘어서 있었다. 분홍색 불, 일명 ‘홍등’을 켜놓고 영업 중이었다. 일부 업소는 문이 굳게 닫힌 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소방도로와 주민 커뮤니티시설 조성 공사를 위해 3, 4m 높이의 공사용 천막을 쳐놓은 곳도 있었다.

○ 수원역 집창촌 사라지나
1960년부터 불법으로 운영됐던 수원역 집창촌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주와 종사자 100여 명은 3월 성매매업 관계자들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 수원지부에서도 모두 탈퇴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달까지 업주들이 자진 폐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역 집창촌은 1960년대 수원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팔달구 매산로1가에 2만2662m² 규모로 조성됐다. 한때 120곳 이상 성업하면서 경기지역에서 파주 용주골, 평택 쌈리와 함께 ‘경기도 3대 성매매 집결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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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성매매집결지를 없애자는 압박이 커졌다. 이곳에서 왕복 5차로 도로 건너편에 4000채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입주가 시작됐고 학부모들의 반발도 크다. 올 초부터 3월까지 2300건 이상의 집단 민원도 시에 들어왔다. 함정모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지하철을 타러 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하는데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다”며 “시와 경찰이 집창촌을 없앨 마지막 기회다”고 말했다.

○ 수원시 ‘정비사업과 탈성매매 지원’
수원시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원역 집창촌을 정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물주를 비롯해 집결지 종사자들의 정비 반대 목소리가 컸고, 지가 상승과 45m 고도 제한으로 인한 민간사업자의 개발행위 참여가 쉽지 않았다.

수원시는 2019년 1월 가로정비추진단을 만들어 집창촌 중앙에 폭 6m, 길이 163m 규모의 소방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낡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전선줄로 화재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유은철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 팀장은 “소방도로 부지에 포함된 업소와 인근 업소 19곳이 자진 폐업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말까지 50억 원을 투입해 업주의 생존권을 위해 성매매 업소 건물(2층 단독주택)을 철거하지 않고 식당이나 카페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성매매 여성 피해 지원과 재활에도 힘을 쏟았다. 1인당 생계비 100만 원을 1년 동안 매달 주고, 주거지원비 800만 원, 직업훈련비 360만 원을 지원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수원역 성매매업소는 2019년 말 기준 113곳에서 현재 55곳으로 줄었다.

○ 경찰 ‘성매매 집중단속’
경찰은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집중단속을 강력히 추진했다. 최근 성매매업소 5곳을 운영하던 일가족 5명 중 2명을 구속시키고 불법 수익 62억 원을 몰수 보전했다. 업주들은 채무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상대로 선불금을 빌미로 성매매를 유도하고 몸이 아파도 휴무를 제한하며 손님을 받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집창촌을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했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수사와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수원역#집창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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