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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1987년 민주화항쟁때 ‘이한열 열사 영결식 한풀이 춤’ 이애주씨 별세

입력 2021-05-11 03:00업데이트 2021-05-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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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도 승무-살풀이 춤사위
전통무용 거장 한성준-한영숙 사사
무형문화재로 전통 승무의 맥 이어
후학 양성-전통춤 연구에도 힘써
고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1987년 7월 9일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한풀이 춤을 추는 모습. 동아일보DB
1987년 고 이한열 열사 영결식에서 ‘한풀이’ 춤을 춰 유명해진 이애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10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은 후 투병해 온 이 이사장이 이날 오후 5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인 이 이사장은 전통무용 거장인 고 한성준과 그의 수제자 고 한영숙의 뒤를 이어 정통 승무의 맥을 지킨 인물로 평가된다. 지금껏 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는 고인을 포함해 총 5명이 지정됐다. 고인은 딸을 예술인으로 키우고자 한 어머니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부터 무용가 고 김보남을 사사했다. 1969년 한영숙의 첫 제자가 돼 본격적으로 승무와 태평무, 살풀이를 배웠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0∼1980년대 대학가에서 문화운동가들과 함께 춤을 췄다.

고인은 1987년 6월 민주화 대행진 출정식에 이어 같은 해 7월 민주화 시위 중 사망한 이 열사의 영결식에서 넋을 달래는 춤을 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 때문에 한때 ‘민주화 춤’ 혹은 ‘시국 춤’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고인은 무용계 후학 양성과 전통 춤 복원에 힘썼다. 그는 고분 벽화에 남아있는 우리 춤의 원형을 찾기 위해 중국 동북지역에 흩어진 고구려 무덤을 여러 차례 답사했다. 전통 춤인 영가무도(詠歌舞蹈·주역을 재해석해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전통예술)를 복원하기도 했다. 주역 대가로 알려진 대산 김석진 선생으로부터 동양사상을 배워 대학로에서 춤과 철학을 연계한 강의를 진행했다. 1996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임용돼 2013년 정년퇴직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우리 춤의 정신을 잇는 한국의 대표 춤꾼”이라고 평가했다. 최해리 무용역사기록학회장은 “거리에서 맨발로 추는 춤을 인정하지 않던 1970∼1980년대 예술계의 보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전통 춤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춤회 예술감독, 한영숙춤보존회장 등을 역임한 고인은 2019년 9월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에 취임했다. 전통 춤의 명맥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최근까지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3일 오전이고 조문은 11일부터 가능하다. 02-2072-2010

전채은 chan2@donga.com·김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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