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최우열]송영길 김부겸의 등장과 ‘여당 내 야당’ 불패 신화

최우열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5-08 03:00수정 2021-05-0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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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 정치부 차장
“야당 할 때보다 우리가 정권을 잡으니 더 무섭더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 “몸조심하라”며 안부를 묻는 한 정치권 지인에게 농담조로 이렇게 푸념했다고 한다. 당시는 혜경궁 홍씨 사건과 형 강제입원 의혹 사건 등으로 이 지사가 연일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다. 이런 정치적 환경뿐 아니라 이 지사의 정책적 콘텐츠도 친문(친문재인)들과 달라서 지난 4년 내내 여당 주류 세력과 신경전을 벌일 때가 많았다. 누가 봐도 그는 명백하게 ‘여당 내 야당’이었다.

여당 내 야당은 정권 초엔 갖은 고난을 겪지만 정권 말엔 빛을 발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선거의 각종 구도와 프레임 중 ‘여당 내 야당’ 구도가 거의 유일한 불패 신화를 갖고 있다”고 한다. 번듯한 야당 후보가 없다면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 각을 세운 여당 후보를 찍으면서 사실상의 정권교체 효과를 누린다는 이론 아닌 이론이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의 처지였으며, 전략이기도 했다. 친박(친박근혜)들은 ‘박근혜 대항마’로 평가받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에 즈음해 공개적인 저항을 시작했다. 이어 박근혜는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까지 이명박의 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논란 때 박근혜가 직접 “이번 결정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을 저격한 것은 지금의 여권 주자들과 비교해 봐도 파격적인 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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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불패 신화는 차고 넘친다. 김대중 대통령 때 동교동계가 아닌 비주류 이단아였던 노무현 후보의 승리와 노태우 대통령 때 정치적 족보가 전혀 달랐던 김영삼 후보의 승리 역시 여당 내 야당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비문, 비주류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당선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등장은 그런 점에서 내년 대선에서 야당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요인이다. 친문 문자폭탄을 비판하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송영길의 행보와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공개 반성한 김부겸의 발언은 상징적이다. 누가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레이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재명뿐 아니라 이낙연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당 주자들은 이제 여당 내 야당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 야당 인사는 요즘의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무서울 정도로 빠른 진화 속도”라고 평가한다. 그에 반해 지금 야당은 너무나 느긋하다. 4·7 재·보궐선거 승리가 딱 한 달 된 7일까지 국민의힘은 2030 표심으로 대변된 재·보선 민심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이 담긴 대책을 내놓은 게 하나도 없다. 세대별 당 대표제나 청년 정당의 활성화 아이디어가 당내에 속속 나오는데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다. 대선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포기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당권 주자도 없다. 승리에 도취된 채 흘러가는 대로 흐르는 게 지금의 야당의 모습이라면, 이번에도 여당 내 야당의 불패 신화가 이어질지가 점차 국민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최우열 정치부 차장 dnsp@donga.com
#송영길#김부겸#여당#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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