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대 피해 MZ세대 “작은 성취감 맛보며 우울감 이겨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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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미라클모닝’ 자기계발 활동 인기

“아무런 의욕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만 있는 날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울증 초기일 수 있다’는 얘길 들고선 덜컥 겁이 났어요.”

서울에 있는 한 대학 2학년생인 A 씨(20)는 최근 학교 심리상담센터에서 비대면 상담을 받고 깜짝 놀랐다. 뭘 해도 처지기만 하는 게 이상해서 상담했는데 ‘우울증’ 얘기까지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A 씨는 “센터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했다”며 “자칫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었단 생각이 드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감염만이 무서운 게 아니다. ‘코로나 블루(우울)’는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상실과 좌절이 반복되면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입시를 마치고 자유와 낭만을 기대했을 20학번들은 코로나19로 실망이 더 컸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상실도 문제다. 심리학 용어인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일컫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은 고교 때와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성취감을 느낄 기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활동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위축돼 자기효능감을 느낄 계기조차 잃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자기계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미라클 모닝’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이란 2016년 출간된 동명의 책에 등장한 개념으로 새벽에 일어나 명상이나 운동, 공부 등을 하면 놀라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소셜미디어에는 해시태그 ‘#미라클모닝’을 달고 자기계발에 열중하는 모습의 게시물을 올리는 청년이 많다.

고려대 2학년인 박모 씨(20)도 “한 달 전부터 매일 오전 5시에 집 앞 공터에서 줄넘기를 했다”며 “한동안 모든 일에 짜증이 늘어 힘들었는데, 아침 일찍 작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을 배운 뒤로는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다”고 전했다.

작은 일상의 변화가 삶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중요하다. 임 교수는 “기상 시간이나 식사 시간,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주변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자기효능감을 회복할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도 “젊은이들이 미라클 모닝으로 절망적인 현재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작더라도 반복적으로 성과를 이루다 보면 생각의 전환도 얻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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