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예비명단 등록했더니…“오늘 딱한명 비네요, 맞으러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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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예약취소 ‘노쇼 백신’ 접종현장 가보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 후 접종하지 않는 ‘노쇼(no-show·예약 불이행)’로 남는 백신을 누구라도 대신 맞을 수 있다고 밝히자 병원에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30세 이상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는 ‘단서’가 붙지만, 일부 병원에는 “나도 예비명단에 올려 달라”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언제 접종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건강한 성인들이다. 다음 달부터 백신 접종자의 해외 방문 후 자가 격리 해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행 인터넷 카페 등에선 “백신 맞자”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 “해외여행 가자” 접종 나서는 젊은층
29일 오전 11시경 서울 종로구 A의원은 백신 접종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100명에 달했다. 주변 광화문, 종로의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개봉 후 6시간 안에 맞아야 한다. 병원 관계자는 “백신 잔량이 아예 없는 날도 있고 하루 10명 정도 추가 접종하는 날도 있다”며 “2주 가까이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노원구 B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백신 예비명단 관련 문의를 20통 넘게 받았다. 이 병원 측은 “취소자가 없어 더 이상 예비명단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기자도 전날 서울 마포의 C의원 예비명단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다음 날인 이날 오전에 “접종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오늘 딱 한 명이 비었다”며 “누구나 접종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오늘부터 대기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예비명단 등재 후 접종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에서 예비명단으로 접종한 김모 씨(37)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접종했다”고 말했다. 5월부터 국내에서 1, 2차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은 자가 격리가 면제된다. 여행 관련 커뮤니티 등에선 “5월에 1차 접종을 하면 여름휴가 때까지 2차 접종을 할 수 있다”며 “일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게 이득”이라는 내용의 글이 적지 않다.

○ 전화 또는 방문 후 예비명단 등록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예비명단 등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지역별로 운영하는 위탁의료기관(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28일 기준 전국 2181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 병의원에 전화해 예비명단 등록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후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예비명단에 등록하면 된다. 등록 순서에 따라 연락이 오면 안내에 따라 접종하면 된다. 예비명단을 통해 접종하더라도 순차적으로 2차 접종을 할 수 있다. 접종 가능 백신은 30세 미만 접종이 중단된 아스트라제네카 하나다. 이 때문에 1991년 이전 출생자부터 예비명단 기재가 가능하다. 다만 신청한다고 모두 접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소자가 나오지 않으면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29일까지 예비명단 등의 형태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1만6473명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일 이후 예약 후 접종을 하지 않은 비율은 전체의 0.68%로 나타났다.

김소민 somin@donga.com·이미지·이지윤 기자
#백신 예비명단#노쇼 백신#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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