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탄 OK금융, 37점 케이타도 꿇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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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단판승부, 3위 KB손보 제압
펠리페 22점에 고참 최홍석도 분전
6일부터 2위 우리카드와 PO 격돌

“케이타(20·KB손해보험)보다 세리머니 잘하면 내가 10만 원씩 줄게. 세리머니 해.”

6-11로 뒤진 2세트.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감독의 예기치 못한 발언에 선수단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단기전에서 중요한 분위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석 감독의 파격 공약이었다.

석 감독의 당근이 통한 걸까. 남자부 정규리그 4위 OK금융그룹이 4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3위 KB손해보험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3-1(25-20, 16-25, 25-20, 25-19)로 이겼다. 5시즌 만에 성사된 남자부 준PO 단판 승부에서 승리하면서 6일부터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서 맞붙는다.

OK금융그룹이 PO 무대를 밟는 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2015∼2016시즌 이후 5시즌 만이다. 승점 55의 OK금융그룹(19승 17패)은 승점이 같은 한국전력(18승 18패)에 다승에서 앞서며 가까스로 올 시즌 봄 배구 막차를 탔다.

OK금융그룹은 이날 외국인 선수 펠리페(33·사진)가 팀 최다인 22득점(공격성공률 55.55%)으로 공격을 책임졌다. 베테랑 레프트 최홍석(33)의 활약도 빛났다. 안정적인 단기전 운영을 위해 석 감독이 팀 내 4명의 레프트 자원 중 선발로 기용한 최홍석은 이날 51.85%의 리시브 효율로 선수들 뒤를 받쳤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8득점(성공률 47.06%)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 뒤 석 감독은 “마음을 내려놓으니 길이 보이더라. 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아줘 후배들도 신이 나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B손해보험은 단 1경기 만에 봄 잔치를 마쳐야 했다. 주전 세터 황택의(25)가 시즌 막판 오른 발목 부상으로 이날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 제2세터인 최익제(22)를 내보냈지만 1세트부터 무더기 범실(12개)이 나오며 상대에 분위기를 내줬다. 정규리그 득점 1위(1147점) 케이타가 양 팀 최다인 37득점(성공률 51.51%)으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쾌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날 양말에 황택의의 이름을 뜻하는 ‘TAEK2’라고 쓰고 나온 케이타는 마지막 서브 범실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ok금융#케이타#펠리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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