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열풍 뛰어든 ‘맘개미’들… 여성투자자 4년만에 2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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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전체 투자자중 42% 차지… 1년만에 147만명↑ 증가율 61.3%
평균 수익률 24%… 남성보다 높아
“1980년대 日와타나베 부인처럼 금융상품 외 투자처 찾아 몰려
女경제활동 맞물려 더 증가할듯”

“이번 주말엔 꽃등심 한번 구울까요? 다들 ‘성투(성공투자)’ 하세요!”

주부 김모 씨(64)는 매주 월요일 장이 열리는 오전 9시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덕담을 이웃들과 주고받으며 한 주의 투자를 서로 응원한다. 김 씨는 환갑을 훌쩍 넘긴 지난해 9월 10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수수료 할인 이벤트, 공모주 청약 등에 부지런히 참여해 이달까지 증권 계좌는 6개로, 투자액은 7000만 원까지 불어났다. 김 씨는 “은행 예·적금 금리가 워낙 낮고, 주변 친구들이 너도나도 주식에 투자하니 나만 안 하는 것 같아 불안해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한국 증시에 동학개미 열풍이 불며 주식 투자가 활발해진 가운데 여성 주식 투자자 수가 4년 만에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과 함께 주식에 투자하는 ‘맘개미’, 환갑을 훌쩍 넘겨서도 주식 공부에 열심인 주부들도 늘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 919만 명 중 여성은 388만 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말(194만 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투자자가 293만 명에서 521만 명으로 77.8%(228만 명) 늘어난 것보다 증가율이 더 높다. 특히 지난해 여성 주식 투자자들의 유입이 도드라졌다. 지난해 여성 투자자는 전년보다 61.3%(147만 명) 증가하며 남성 증가율(40.8%)을 크게 앞섰다.

자녀를 둔 ‘맘개미’들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경남 양산시에 사는 워킹맘 신모 씨(42)도 지난해 10월 생애 처음 주식 계좌를 트고 투자에 나섰다. 직장 동료들이 틈만 나면 “주가가 올랐다”고 하니 신 씨가 들고 있던 예·적금이 초라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 3명을 키우려면 양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월급과 예·적금 이자만 받아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젠 ‘집 대신 주식을 물려주자’라며 자녀들과 주식을 공부하는 맘개미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 1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선 “엄마의 권유로 공부 삼아 주식 2주를 샀다”는 초등학생, 13개월 아기 주주를 대신해 나온 할머니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금리가 계속되는데 증시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여성 투자자들이 적극 주식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며 투자 여력이 커진 측면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980년대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주부)처럼 평범한 금융상품 외의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 향후 여성 투자자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여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1∼11월 중 새로 개설된 신규 주식 계좌 70만 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여성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24.2%, 남성 투자자는 18.3%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와 40대 여성의 수익률은 각각 26%, 25.7%로 비교군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거래 패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을 얼마나 많이 사고팔았는지를 수치화한 ‘회전율’에서 남자는 40%, 여자는 24%로 나타났다. 통상 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김자현 zion37@donga.com·신지환·박희창 기자

#주식열풍#맘개미#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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