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인권외교 南까지 겨누는데 北인권결의안 눈감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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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가 23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지만 한국 정부는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결의안에는 43개국이 제안국으로 참여했고, 3년 전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던 미국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복귀해 동참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을 표현의 자유 제약이라고 지적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 비리 의혹 등 각종 정권 부패 사례도 거론했다.

정부가 대북결의안 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표결 없는 컨센서스(합의) 채택에 맡겨두는 것은 올해로 벌써 세 번째다. 이런 한국의 부작위(不作爲) 외교가 올해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달라진 국제 환경 때문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제 규범과 질서의 재정비를 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강압적 인권탄압과 함께 ‘북한 압제정권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유린’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국무부 보고서는 사뭇 한국의 침묵과 방조까지 겨냥하는 양상이다. 북한 인권 실상을 환기시키는 대북전단까지 처벌하는 전단금지법의 반인권성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전직 장관과 여당 의원의 비리 의혹,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혐의까지 한국 내부의 부끄러운 실상도 열거했다.

미국의 인권외교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시절 잠시의 일탈이 있었지만 미국 외교의 중심에는 항상 보편적 가치가 있었고 그 확산을 국가적 사명으로 여겼다. 미국에도 인종차별과 양극화 같은 내부 문제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미국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세계적 인권 신장은 매우 더뎠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제 미국 인권외교의 재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미국 외교의 정상화에도 동맹인 한국 정부는 북한 반발만 의식해 연례행사나 다름없는 국제사회의 대북결의안마저 외면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그런다고 북한의 환심을 사서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만드는 것도 아닐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서방국가들의 인권 실태를 비판하며 대결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 북한만 바라보며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어리석은 외교를 계속할지 답답할 뿐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북한인권결의안#공동제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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