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감사원 빼고 ‘LH투기’ 조사…꼬리자르기 될라

황재성기자 입력 2021-03-08 11:27수정 2021-03-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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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지난해 2월 매입한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에 묘목 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 토지는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에 포함돼 있다. 소유주인 LH 직원들은 발표 나흘 뒤인 28일 조경업체에 의뢰해 묘목을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묘목을 심는 등 농업 활동을 하면 이후 보상 규모가 더 커진다고 한다. 시흥=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다음달로 예정된 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속도전을 통해 투기 의혹으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고, 차질 없는 ‘2·4 대책’ 추진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주 중 발표를 예고한 1차 조사 결과가 오히려 선거는 물론 부동산 정책 전반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사 결과가 투기대상자 숫자 및 규모가 미흡하면 ‘부실 조사’라는 평가와 함께 ‘선거를 위한 시간벌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반대로 적발 규모가 커지면 ‘2·4 대책’을 이끌어갈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 현실화하는 우려
실제로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선 LH 투기 의혹이 정부와 여당에 악재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8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YTN 의뢰로 이달 2~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030.7%)에 비해 1.3%포인트 오른 32.0%로 집계됐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1.0%로 전주(32.9%) 대비 1.9% 하락했다. 전주 민주당이 역전을 했다가 다시 순위가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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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방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과 부산에선 국민의힘이 크게 우위를 점했다. 당 지지율을 보면 서울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34.2%로 전주(29.5%)에 비해 4.7%포인트가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29.6%로 지난주(31.3%)보다 1.7%포인트 떨어지면서 국민의힘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은 39.9%로 민주당(25.7%)을 크게 앞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도 “잘못한다”가 55.7%로 전주(53.6%)보다 2.1%포인트 올랐다. 4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민주당은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특히 20대와 30대의 하락폭이 컸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5,6일 이틀동안 서울에서 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정부 심판을 위해 야당을 찍어야 한다’는 응답이 49.9%로,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38.1%)’를 크게 웃돌았다.

세대별 응답에선 4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가 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18~29세 응답자(심판론·47.5%)와 30대(50.8%), 50대(50.7%) 등이 모두 50% 안팎으로 정권 심판론을 선택했다.

또 응답자들은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35.2%가 ‘부동산 정책 공약’을 꼽았다. 부동산 이슈에 대한 관심은 이념과 지지후보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30%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갤럽이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4개월 전보다 6%포인트 오른 것이며, 현 정부 출범 후 가장 높은 부정적인 평가였다.

● 진퇴양난에 빠진 정부
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등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부당이득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LH 투기 의혹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주 중 발표하기로 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조사 결과 발표는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력을 가지게 됐다. 야당이 선거 이슈로 쟁점화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계획인데다 여당으로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사 결과로 나타날 투기 의혹 대상자 규모가 작아도 문제고, 커도 문제가 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정부가 처해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등 정부합동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직원 본인으로 한정해 1만 4000명에 대한 조사를 우선 진행한 뒤 금주 중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나머지 국토부와 LH 직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공기업 조사 대상은 시차를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즉, 급한 대로 국토부와 LH 직원에 대해서만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와 기존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1·2,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부천 대장, 하남 교산, 과천 과천, 안산 장상)의토지대장 등의 확인을 통해 투기 의혹 대상자를 걸러내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쳐 발표하게 될 의혹 대상자 규모가 여론의 기대를 크게 밑돌 경우 ‘부실 조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한 결과가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하냐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검찰과 감사원을 배제하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참여시킨 정부합동조사단에 ‘셀프 면제권’을 줄 수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과 이번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 등이 ‘예상된 부실 조사’라며 파상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혹 대상자 규모가 커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의혹 대상이 되면 그 즉시 경찰이나 국세청 등에 통보되며 피의자 신분이 돼 경찰수사와 세무조사 등을 받아야 한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집값 안정을 위해 현 정부가 정책 역량을 총집결했다고 자평하고 있는 ‘2·4 대책’의 추진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일정 규모 이상의 투기 의혹이 발견된다면 다음달로 예정한 신규 택지 공급 발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규 택지 후보지에 대한 투기 가능성 조사 등 사전검증 작업이 선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보안 유지 차원에서 소수의 인원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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