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에서 찾은 묘안[2030 세상/도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얼마 전 친분이 있는 두 변호사가 창업했다. 선물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더니 두 사람의 사무실이 모두 ‘공유오피스’였다. 공유오피스란 목돈 없이 저렴한 임차보증금과 차임을 부담하면서 여러 사용자가 시설을 함께 쓰는 사무실을 말한다. 처음에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라는 편견을 가졌는데 실제로 접한 공유오피스는 깔끔하고 쾌적했다.

궁금증이 생겨서 두 변호사와 공유오피스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1인 창업을 하면 누군가 사무실을 봐주는 것이 필수적인데, 사무직원을 고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공유오피스에는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해줄 수는 없지만, 간단한 사무를 봐주는 상주직원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창업 초반 사건 수임 수를 생각해 본다면, 고정비용을 낮추는 전략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였다.

공유오피스를 접하면서 재미있는 생각을 하나 하게 됐다. 최근 우리 사회의 큰 문제는 주거비용이 폭등해 가뜩이나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유오피스가 가진 장점을 정책에 접목하면, 두 가지 사회적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공유오피스의 사용자를 가구원으로 바꿔보면, 여러 사람이 한집에 거주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집에 사는 것은 무한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가족 구성원이 현실적이다. 옛날 대가족 형태와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 가족은 시부모님 혹은 장인어른, 장모님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형제자매들을 포함한 방계혈족이 될 수도 있다.

대가족 형태의 가구가 늘어나면 필요한 부동산 수가 줄어든다. 1개의 부동산에 여러 가구가 사는 경우뿐만 아니라, 가령 3가구가 2개의 부동산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잉여부동산은 시장에 풀려 공급은 늘어나는 한편 수요는 줄어드는 형국이 되므로, 부동산 가격은 확실히 안정될 것이다.

‘맞벌이’를 한다면 보육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육아가 부모의 사회생활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 중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의 경력이 단절된다. 이것이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인 문제다. 대가족 형태의 가구에는 상시적인 육아가 가능한 구성원이 있거나 적어도 가사도우미 고용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부모가 전적인 육아 부담에서 해방되고, 육아와 사회생활이 완전히 양립 가능해진다면 출산율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

한편 대가족 형태의 가구를 이루는 경우, 무상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구 결합으로 인한 잉여부동산 처분 양도세나 세대 간 증여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사회적 제도도 고려할 만하다. 그간 들인 저출산 관련 예산만 그대로 투입하더라도 부족할 이유가 없다. 어떤 문제가 오랜 노력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런 역발상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공유오피스#묘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