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전 지문등록’의 힘… 실종 치매노인 1시간만에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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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고 해결사 ‘사전등록 시스템’

“어머니를 모시고 사우나에 갔다가 밖으로 나오는 길에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사라지셨어요. 치매를 앓고 계신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질 않아요. 지금 당장 어머니 사진도 없는데….”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50분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급하다 못해 애달팠다.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모친 A 씨(81)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사우나 앞에서 잃어버렸다는 아들 B 씨의 신고였다.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로 전화한 B 씨는 너무 걱정이 컸던 탓인지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A 씨의 생김새나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도 울먹거리기만 할 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 씨에 대한 단서라곤 ‘오전 9시 반경 실종됐다’는 것뿐이었다.

이때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떠올린 게 바로 ‘지문 등 사전 등록 시스템’이었다. 곧장 시스템에 들어가 A 씨의 이름을 입력했더니 마침 2013년 가족이 등록해뒀던 A 씨의 사진과 키 150cm 등 상세한 정보가 나왔다. B 씨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우리 어머니가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찰은 즉각 해당 사진을 관내 순찰차량 3대에 전파해 주변 탐문을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실종 사건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소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행히 재빠른 정보 파악 덕에 경찰은 접수 지역에서 약 1km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에서 A 씨를 찾았다. 신고 약 1시간 만이었다.


경찰청이 치매 노인이나 만 18세 미만 아동 등의 신상정보를 사전 등록해 실종자 수색에 쓰고 있는 사전 등록 시스템이 최근 한 실종 사건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은 1분 1초가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시간 싸움이다. A 씨 가족이 시스템에 사진과 지문 등 정보를 등록해둔 덕분에 시간을 벌어 무사히 가족 품에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실종 신고는 2015년 9869명에서 지난해 1만2272명으로 크게 늘고 있지만 2012년 7월부터 도입된 지문 등 사전 등록 시스템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많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치매 환자 61만2724명 가운데 해당 시스템에 지문과 사진 등을 등록한 이는 16만6126명(27.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18세 미만 아동의 비율이 55.8%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호자들이 치매 등 개인 병력을 밝히길 꺼리는 데다 보호자의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자이다 보니 시스템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치매 노인 실종 사건에서 사전 등록 시스템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지난해 8월 13일 오전 9시 40분경 경기에서 “인도에 길 잃은 할머니가 서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어르신(89)의 지문을 조회해 보니 이름과 주거지가 단번에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노인의 경우 지문 등을 등록하지 않으면 신원 파악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이고 치매 노인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중증 치매 노인은 개인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매 환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김윤이 yunik@donga.com·이소연 기자
#사전 지문등록#실종 치매노인#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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