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벼락 치는 아프리카 눈 폭풍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입력 2021-01-30 03:00수정 2021-01-30 04:0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아프리카 눈 폭풍으로 내가 벼락을 맞는다면?’ 말도 안 되는 이런 현상이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기상학을 배울 때 처음 들었던 이론이 ‘나비효과’다.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대학 시절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일상적인 용어가 됐다. 지난해 전 지구에서 발생한 최악의 기후재난은 나비효과로 발생했다.

인도양 동쪽과 서쪽 바다의 해수 온도 차로 발생하는 ‘다이폴(dipole)’이 2020년 초에 발생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지역에까지 재난을 불렀다. 아프리카 동쪽 지방에 홍수가 발생했고, 아프리카와 중동과 인도를 거쳐 중국에까지 강력한 메뚜기 재앙이 발생했다. 호주는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야생동물이 10억 마리 이상 희생됐다.

2020년 북극권 고온 현상은 기후학자들의 시뮬레이션으로는 8만 년에 한 번 나타난 이상고온이었다. 북극권 지역의 6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고 사람이 사는 곳 중 가장 추운 베르호얀스크는 38도의 불볕더위를 기록했다. 고온 현상으로 발생한 북극권 대형 산불은 역대 최악으로 러시아 당국이 진화를 포기할 정도였다. 여기에 북극권 고온으로 만들어진 상층의 한랭 공기가 동아시아 상공에 머물면서 한국 중국 일본에 최악의 홍수를 불러왔다. 우리나라는 중부지방에서 54일의 최장 장마 기간을 기록했고 강수량도 가장 많았다.

언론에선 ‘한반도 태풍이 미국 산불 키웠다…기후변화로 인한 나비효과’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해에는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했다. 8월 ‘바비’를 시작으로 ‘마이삭’과 ‘하이선’이 초속 40m의 강풍과 300mm가 넘는 호우를 몰고 왔다. 특이한 것은 부산 인근에 상륙한 마이삭과 하이선이 그대로 북진해 북한 청진 인근으로 갔다는 점이다. 태풍이 이렇게 직선으로 북상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바로 우리나라 상공에 만들어져 깊게 사행한 제트기류 때문이었다.

주요기사
그런데 이 태풍이 비슷한 시기 미국 서부를 잿더미로 만든 역대 최악의 산불에 영향을 줬다.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이 북반구를 가로지르는 기류에 변화를 일으켜 미국 북서쪽에 예상치 못한 강한 고기압을 만든 것이다. 이 고기압으로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던 미국 서부의 바람이 동에서 서로 방향이 바뀌었다. 바람이 로키산맥을 넘어 매우 건조하고 강한 푄 바람으로 변해 대형 산불에 기름을 부어 버린 것이다.

“내가 북극의 실제 오존 구멍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독일항공우주센터 소속 마르틴 다메리스의 말처럼 지난해 봄에 역대 가장 큰 오존홀이 발생했다. 남극은 오존홀이 늘 관측되지만 북극 오존홀은 거의 관측되지 않는데 이례적인 북극권 고온 등의 극심한 대류권 변동이 성층권 흐름에 영향을 주어 오존홀이 발생한 것이다. “2020년 북극권의 큰 오존홀은 우리가 기후변화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함을 보여준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의 말처럼 올해도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20년 만의 한파와 폭설, 그리고 극심한 기온변화를 보면서 더 많은 기후재앙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렵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아프리카#눈 폭풍#나비효과#기후재앙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