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 않은 잠수함 예인사태[현장에서/윤상호]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1-01-25 03:00수정 2021-01-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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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운전 중 기능 이상으로 예인된 잠수함과 동급 함정인 해군 214급(1800t급) ‘신돌석함’의 2017년 진수식 모습. 동아일보DB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3일 새벽 경북 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해군의 214급(1800t) 잠수함 1척이 민간 예인선에 끌려서 기지로 복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잠수함이 운항 중에 기능 고장을 이유로 예인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날(22일) 밤 인근 해상에서 시운전을 마치고 물 위로 떠올라 기지로 돌아가던 중 추진 계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경보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해군은 설명했다. 장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경보 발령 즉시 엔진을 끄고, 절차에 따라 예인 조치를 밟았다는 것이다. 군은 정식 작전이 아니라 5월까지로 예정된 정비 과정에서 생긴 일이고, 승조원 안전과 다른 장비에도 이상이 없다면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척에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최신예 잠수함이 기능 이상으로 예인 줄에 묶여 기지로 끌려오는 상황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잠수함의 존재 가치는 첫째도, 둘째도 은밀성에 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수중에서 고도의 대함·대잠작전을 비롯해 유사시 적 지휘부에 대한 전략적 타격 임무까지 수행하는 ‘비수’와도 같은 전력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130t)이 자신의 10배 크기인 천안함(1200t)을 한 발의 어뢰로 폭침시킨 데서도 그 위력이 증명된다.

잠수함이 고장 등으로 ‘자력 운항’을 할 수 없게 되면 적국의 ‘최우선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 잠수함 전력이 각축을 벌이는 동해에서 한국 해군의 잠수함이 시운전 도중 예인선에 끌려가는 모습을 노출한 것 자체가 ‘전술적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일각에서는 ‘잠수함 강국’이라는 자부심과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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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태세 차원의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이 신형 잠수함 건조 징후를 노출시키는 것과 동시에 최근 당 대회 열병식에서 다탄두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는 등 핵장착 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설 ‘주력 무기’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핵미사일을 장착한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 사실까지 공개한 만큼 향후 대북 잠수함 전력의 가치와 중요도는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군은 잠수함 전력이 북한보다 척수는 뒤지지만 성능면에서 압도한다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의문스럽다는 여론마저 나온다. 군은 조속히 이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서 사태 재발을 막고, 전력 공백 등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잠수함#예인사태#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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