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B자’도 언급없이 19분 47초 자화자찬 고별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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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쟁 안벌인 첫 대통령” 자신 업적 강조한 동영상 공개
경제분야 업적 나열땐 한국 언급 “한쪽으로 쏠린 FTA 재협상”
측근 배넌 등 73명 사면, 70명 감형… WSJ “측근과 ‘애국당’ 창당 논의”

트럼프 “굿바이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백악관에서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오르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연설을 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개인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났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굿바이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백악관에서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오르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연설을 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개인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났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종료 하루 전인 19일에도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고별사를 내놓고 대대적인 측근 사면을 단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불복 소송 등을 두고 공화당과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그가 아예 ‘애국당(Patriot Party)’이란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공개한 19분 47초의 고별사 동영상에서 “새 행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고 했지만 ‘바이든’이란 이름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영상은 18일 오후 녹화됐다.

그는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주장했다. 집권 중 주요 치적으로 중동 긴장 완화 노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우주군 창설 등을 꼽았다.

경제 업적을 나열하며 한국도 언급했다. 그는 “망가진 무역협정을 고치고 끔찍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으며 한쪽으로 쏠린 한국과의 협상(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언급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건설’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세 및 개혁안 통과’ 등은 수백 번 되풀이한 거짓말에 불과하다며 “고별사마저 허위 정보로 가득하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68·사진) 등 73명을 사면하고 70명을 감형했다. 극우 이론가 배넌은 미국 우선주의, 반난민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트럼프 정권의 설계자’로 불린다. 배넌은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온라인 모금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됐다.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날 사면됐다. 나머지 사면 및 감형 대상은 주로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에 기부한 적이 있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활동에서도 이들의 자금이 유용할 것으로 보고 사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 및 가족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퇴임 후 직면할 각종 소송에서 면책을 받기 위해 ‘선제 셀프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망했지만 참모 및 법무부의 반대로 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그가 퇴임일인 20일 오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퍼레이드를 요구했지만 국방부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별사 동영상에서 “우리가 시작한 운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지층 규합을 호소하고 퇴임 후에도 정치에 관여할 뜻을 시사했다. 17일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5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다시 출마하면 찍겠다”고 답했다. 보수층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보여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의 당선을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관한 연방수사국(FBI) 일부 문건의 기밀 해제 역시 허가했다. 정보당국은 문건이 공개되면 러시아 등 적국에 기밀정보가 넘어간다며 줄곧 반대했다. 그는 “수사는 나를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이뤄졌다”며 문건 공개를 강행했다.

조종엽 jjj@donga.com·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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