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신문 1면에 실렸을 재앙”…브렉시트에 뿔난 英 수산업자들

이은택기자 입력 2021-01-19 15:56수정 2021-01-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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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해산물 수출업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복잡해진 통관절차 탓에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트럭에 생선을 싣고 와서 총리 관저에 쏟아버리겠다고 항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 시간)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생긴 복잡한 수출 절차 때문에 해산물 수출업자들이 ‘트럭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스코틀랜드와 데본에서 트럭을 몰고 웨스트민스터로 몰려든 해산물 수출업자들은 브렉시트가 자신들의 수출을 지연시키고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몰고 온 트럭 옆에는 ‘브렉시트 대학살’, ‘해산물 산업을 파괴하는 무능한 정부’ 등의 구호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18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서 수 m 떨어진 곳에 트럭을 세웠다. 지난주 이들은 영국 총리의 공식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 근처에 항의 표시로 생선 더미를 엎어버리겠다고 위협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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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와 랍스터를 EU 국가에 수출하는 게리 호지슨(Gary Hodgson) 벤처씨푸드 이사는 “우리는 이 산업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가 우리 산업에 초래한 문제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출업자는 지난주 유럽에 입국하기 위해서 400쪽이 넘는 수출서류가 필요했다고 하소연했다.

직원 2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데이비드 로지(David Rosie) DR콜린앤썬 대표는 약 15만 파운드(약 2억2500만 원) 어치의 게, 랍스터, 잔새우 등이 실린 트럭을 매일 한 두 대 씩 프랑스로 보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한 대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새해 전야 영국이 EU와 작별했을 때, 우리의 생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의 절망감을 이해한다”고 밝힌 존슨 총리는 EU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2300만 파운드(약 345억 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해산물 수출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스카이뉴스에 “불행히도 영국산 해산물에 대한 수요가 펜데믹(대유행) 이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활어 및 수산물 수출업자들은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수출지연 문제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제 이들은 관세 신고와 원산지 보증, 보건 관련 증명서 등의 각종 서류들을 완벽하게 구비해야 EU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식품 수출업자들도 보건 관련 증명서를 요구받는 바람에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 한 트럭에 여러 종류의 화물이나 수출상품이 실려 있을 경우 단 한 개의 상품이라도 서류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으면 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

EU의 한 물류회사는 “브렉시트 이후 EU와 영국을 오가는 ‘빈 트럭’에도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트럭 50대를 보유한 이 회사는 매주 EU와 영국을 오가며 수출을 하곤 했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EU에서 영국으로 갈 때, 그리고 영국에서 다시 EU로 나올 때 모두 상품을 실어 운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브렉시트 이후 복잡해진 통관절차 때문에 영국에서 EU로 나올 땐 상품을 싣지 못하고 ‘빈 트럭’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통관 때문에 트럭이 4, 5일 동안 묶여있는 것 보단 차라리 빈 채로 돌아와 다시 다른 상품을 수출하는 게 이익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출트럭이 짐칸을 비운 채 다니는 건 ‘멍청한 일’이지만, 그것이 바로 브렉시트”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영국은 이미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했다.

화물운송협회는 지금의 혼란에 대해 “무언가 대책이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비난의 총알을 비껴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는 매일 언론 1면에 실렸을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수출 관련 구비서류를 모두 준비했지만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 경우도 있다.

EU와 영국 국경을 오가는 트럭 운전자들은 ‘켄트 출입 허가서’가 있어야 하는데 유효기간이 24시간이다. 한 운전자는 24시간이 만료돼는 바람에 통관 절차가 지연돼 300파운트의 벌금을 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교통부는 허가서가 만료되면 정부 홈페이지에서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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