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대학농구, 햇빛 못 쬐는 유망주[IN & OUT/유재영]

유재영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1-01-13 03:00수정 2021-01-1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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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 스포츠부 차장
지난해 8월 우연히 일본농구협회(JBA)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대비한 일본 남자 농구대표팀 강화 훈련 명단 발표 내용을 보고 ‘준비가 참 빠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치려는 순간, 범상치 않은 또 다른 명단이 눈에 들어왔다.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중점 강화 선수 명단’이라는 명칭으로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22명의 B대표팀 명단을 함께 발표한 것. 평균 나이 21.5세로 10대 대학 선수와 혼혈 선수까지 범위를 넓혀 알차게 명단을 꾸렸다. 3년 뒤에 있을 월드컵을 대비해 유력한 자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히 보였다. B대표팀의 연간 훈련 계획까지 세운 걸 보면 미국프로농구(NBA) 워싱턴의 하치무라 루이(23·203cm) 같은 거물급 스타를 또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시선을 돌려 국내 사정을 보면 답답하다. 대학 농구가 위축되고 프로와의 격차는 벌어지면서 만 18∼22세 선수들이 우물 안에 갇힌 모양새다. 수준 높은 상대와 붙어볼 기회가 없다 보니 고교 때까지 ‘특급’ 수식어가 붙었던 유망주들의 발전이 더디다. 지난해에는 모 대학 에이스 선수가 프로 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기는 둘째 치고 관심을 받지 못하다 보니 목표와 의욕을 상실해버린 선수 사례를 여럿 본다. 최근 만난 몇몇 대학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농구 선수로서의 나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선수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농구계도 기량 성장이 가장 가파를 시기의 선수들을 위해 뭔가를 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으로 고리타분한 옛 ‘대학 선발’의 타이틀을 치우고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1부 데이비슨대 이현중(21·202cm), 일본 B리그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의 양재민(22·201cm), 용산고의 ‘괴물’ 여준석(19·204cm), 고려대 이두원(21·205cm) 등을 망라해 U-23 농구 대표팀을 구성해 보는 건 어떨까. 명단만 발표해도, 더 나아가 대표팀과 이벤트 매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유망주들의 기를 살리고 팬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농구연맹(KBL), 또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기업인 출신 후보에게 이런 작은 아이디어를 던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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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유망주#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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