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어… 분노의 사회 돼선 안돼”

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1-11 03:00수정 2021-01-1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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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종교인 인터뷰]
〈2〉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 겸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종교행사로 코로나 확산 송구… 개별교회 모두 통제는 역부족
세습-금권화 등 교회 비판속 교회도 사회 목소리 받아들여야
예장 합동 총회장이자 한교총 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는 “비대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혼과 영혼이 연결되는 ‘영(靈)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뒤에 보이는 건 서울 강남구 예장 합동 총회회관 역사관에 전시된 14세기 유대회당에서 사용하던 모세오경 사본이다. 동아일보DB
‘겨울이 오고야 당신이 꽃인 줄 알았네요.’

지난해 말 찾은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 붙은 대형 현수막의 문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합동) 총회장이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59)는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함께 웃으며 대화하고 자유롭게 누리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됐다”며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서로 다가설 수 없고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더 뜨겁게 그리워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 합동은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이고, 한교총에는 국내 교단의 대다수가 가입돼 있다. 어려운 시기에 개신교를 이끌고 있다.

“너무나 힘든 때 중책을 맡아 두려운 영광이다. 현장 예배를 지키는 분들로부터 정부에 더 강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을 듣고 있다. 중세의 사제들은 전염병이 창궐할 때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자, 교회는 모여야 한다며 공간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예배가 목숨처럼 소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이웃의 생명과 건강도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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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신앙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팬데믹의 겨울이다. 교회 내부는 물론이고 정부와 교회의 갈등이 있고, 사회 전체가 갈등하고 분노하는 ‘앵그리 코리아’ 상황이다. 교회 현수막 문구처럼 팬데믹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의 꽃이 되어야 한다.”

―절망 속 낙관론인가.

“희생자는 있지만 인류 역사에서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다.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고 버텨야 하는데, 그러려면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절절포’ 정신이 필요하다. 에덴의 동쪽 같은 분노의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위기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과 미움, 증오다. 우리는 한마음으로 코로나19보다 더 힘든 6·25전쟁도 극복했다.”

―최근에도 일부 교회와 선교단체를 둘러싼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송구할 따름이다. 책임 있는 교단들이 정부의 방역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개별 교회의 독립성을 존중해 온 개교회(個敎會) 주의로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일사불란할 수는 없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아쉬움도 있나.

“코로나19 초기에 교회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지나치게 과장했다. 지난해 여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교계 지도자들은 교단들이 방역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독립교단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인증방역제’를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1만 명이 넘게 들어갈 수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명이 앉아 있는 게 현실적인 방역 조치인가? 그래서 정부가 교회를 너무 모른다는 소리가 나온다.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 영적 정서적 방역도 필요하다. 정부의 비현실적 조치에 반감이 생겨 대면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회 일치와 화합도 중요한 과제다.

“사실 한교총이 국내 교단의 95%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꼭 통합해야 하느냐는 얘기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형제이기 때문에 이단 문제만 도려낸다면 같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역과 예배에 관해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런 시기일수록 원(one) 리더십, 원 메시지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상황은 목회자들의 위기이기도 하다. 특히 많이 기도하는 내용이나 떠올리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

“빌립보서 1장 8절에 ‘내가 예수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고 했다. 사도 바울이 감옥에 갇혔을 때 얼마나 성도(신자)들을 사모했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목회자들은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에서 성도들을 향해 가슴 절절한 세레나데를 불러야 한다.”

―교회 세습과 금권화 등 교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교회 밖 세상의 목소리, 메시지를 무시하는 교회는 살아남을 수 없고, 리더십도 가질 수 없다. 과거 한국 교회는 선교뿐 아니라 의료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를 도와 존경받았다. 교회는 자기반성과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시대정신을 제안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한 지혜를 들려 달라.

“일단 정치가 국민을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된다. 좌우, 여야에 관계없이 극단적인 목소리가 커지면 그게 분노사회를 만든다. 우리 국회도 코로나19가 극복되면 한 해 2, 3회 의사당 안에서 음악회를 열었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예술과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술과 종교는 높은 산, 깊은 샘과 같다. 산에서 산소를 뿜어내고 샘에서 맑은 물이 흘러야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작은 공동체에서 정부까지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의 리더십이 떠오른다. 그는 1914년 탐험대원 27명을 이끌고 남극대륙 횡단에 나섰다 빙벽에 갇혀 조난당한다. 그는 남극횡단 대신 무사귀환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한다. 5명의 대원을 이끌고 구명보트에 몸을 실은 그는 1280km나 떨어진 기지를 향해 구조 요청에 나서고, 조난당한 지 634일째 되는 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 대원 구조에 성공한다. 지도자들은 항상 비전을 주고 자기희생의 결단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내 사람만 쓰려다 보면 사람이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켄터키 촌뜨기’라고 비난하며 사사건건 맞섰던 정적 에드윈 스탠턴을 장관으로 중용했다. 초갈등사회에서는 ‘나 좀 도와 달라’는 화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소강석 목사는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9년 개신대학원대 낙스신학대학원 공동 목회학 박사
△1981∼1987년 전남 화순 백암교회 담임전도자
△1988년∼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19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인)
△2007년 마틴루서킹재단 국제평화상 수상
△2015년 천상병귀천문학대상, 2017년 제33회 윤동주문학상 수상
△2015년∼ (사)한민족평화나눔재단 이사장
△2020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사)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교회#종교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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