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비상장주식 헐값으로 넘긴 사모펀드 운용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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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18곳 조사… 도덕적 해이 심각

‘펀드 자산을 아내에게 헐값으로 넘기고,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부적절한 회사에 투자하고….’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를 전수 검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또다시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전체 전문사모운용사(233개)의 약 8%에 해당하는 ‘요주의 업체’ 18곳을 검사한 결과 운용사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에선 라임 사태처럼 대규모 피해를 낳지는 않았지만 고객의 손실을 방조하거나 사적 이득을 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A운용사의 대표와 운용역들은 자사 펀드에 편입된 우량 비상장 주식을 배우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헐값에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A사 운용역들은 주식을 배우자 등의 명의로 넘긴 당일 2배 이상의 가격으로 제3자에게 매도해 수십억 원의 사적 이득을 챙겼다. B운용사 운용역은 투자 업체가 펀드 자금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정보를 취득했음에도 이를 판매사에 알리지 않고 신규 펀드를 설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조 속에 해당 펀드에서는 수십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펀드 설정 대가로 뒷돈을 받은 운용사 임직원도 있었다. C운용사 임원은 특정 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하는 데 관여한 뒤 그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 밖에도 운용사 임직원 펀드를 설정해 혜택을 제공하거나, 펀드가 투자 중인 회사로 하여금 운용역이 보유한 증권을 취득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번 검사에서 드러난 불법행위를 신속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검찰과도 협조할 계획이다.

한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개별 사모펀드 9043개에 대해서도 전수 자율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전체 펀드의 50.5%(펀드 수 기준)가 점검 완료됐으며 아직까지 불법 요소 등 특이사항은 보고되지 않았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비상장주식#사모펀드#운용사#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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