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 왓츠앱’ 페이스북서 분리시켜라”…고강도 반독점 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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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와 40여개 주정부가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을 반(反)독점 혐의로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 페이스북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취지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을 페이스북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게 이번 소송의 골자다.

앞서 올 10월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기업 구글을 상대로도 같은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해선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주 및 워싱턴 D.C., 괌 지역의 검찰은 공동으로 “불법적으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며 페이스북을 이날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연방 및 주정부 경쟁 당국들은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왓츠앱을 각각 인수하면서 경쟁 기업들을 고의적으로 제거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을 바로 페이스북에서 분리하고, 향후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새로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거의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페이스북은 자신의 시장 지배력과 독점적 지위를 작은 경쟁기업들을 물리치고 경쟁을 없애는 데 사용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로고 - 회사 홈피 갈무리
페이스북 로고 - 회사 홈피 갈무리


페이스북에 대한 이번 소송은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위가 높은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 10월 연방 정부가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제소했을 때만 해도 비록 모든 옵션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지만 명시적으로 ‘기업 분할’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는 페이스북이 수년 전에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 진행했던 M&A까지도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요구를 했다. 페이스북을 여러 작은 기업으로 쪼개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밝힌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니퍼 뉴스테드 법률고문은 “53쪽에 이르는 소장은 (인스타그램와 왓츠앱의) 인수가 벌써 몇 년 전에 이뤄졌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빠뜨리고 있다”며 “정부가 이제 와서 인수를 되돌리려고 한다면 이는 미국 기업들에게 어떤 계약도 확정된 게 아니라는 서늘한 경고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이어 정부의 지적과 달리 소셜미디어 업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서 중국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틱톡 등의 부상을 사례로 들었다.

미국 법조계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이번 소송이 앞서 구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오래전부터 이번 소송에 쓰일 법률 비용을 위해 막대한 유보금까지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점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이로 인해 소비자의 혜택을 줄였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혐의 입증은 쉽지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 반독점 소송을 겪었지만 기업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이른바 ‘빅4’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 7월 일제히 하원 반독점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삼성, LG 등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는 독점 기업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격렬한 저항에도 실리콘밸리의 대형 IT기업들에 대한 미 정가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는 공화당보다 오히려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하원 법사위원회의 켄 벅 공화당 의원은 트윗을 통해 “페이스북은 법을 위반하며 경쟁을 무너뜨렸다”며 “빅테크 기업에 대한 심판은 이제 시작”이라고 알렸다. 데이비드 시실린 민주당 하원의원도 “법을 어긴 페이스북은 이제 쪼개져야 한다”며 “이는 테크 산업의 독점을 끝내는 중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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