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화성탐사선 쏜 33세 女장관 “청년들과 탈석유 이뤄낼것”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0-12-04 03:00수정 2020-12-0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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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퀘이크’ 젊은 리더십, 변화 이끈다]
<3>알 아미리 UAE 첨단과기부 장관
화성탐사선 ‘아말’ 발사 진두지휘 올해 7월 20일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이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왼쪽 사진). 이를 비롯한 UAE의 우주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컴퓨터과학자 출신의 사라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이다. 아미리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미리 장관의 어머니는 학교 교사, 아버지는 아부다비 지역 사업가로 비왕족 출신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첨단과학기술부 제공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의 과도한 에너지 의존을 탈피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청년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올해 7월 아랍권 최초로 화성 탐사선 ‘아말’ 발사를 성공시키면서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사라 빈트 유수프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3)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청년’과 ‘과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청년이 과학을 통해 변화를 이끌고 사회에서 중추 역할을 할수록 그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석유·천연가스 판매에 의존하는 UAE의 경제구조 개선을 위해서 더 많은 청년이 우주항공, 정보기술(IT) 등 탈(脫)석유 산업에 종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컴퓨터 과학자 출신의 아미리 장관은 2017년 30세에 입각해 일찌감치 유스퀘이크 열풍을 선도한 인물로 꼽힌다. 보수적인 아랍권에서 보기 드문 젊은 여성 장관인 데다 아말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지난달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도 뽑혔다. 두바이 샤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학사·석사 학위를 딴 그는 국책 연구원에서 인공위성, 무인항공기 개발 업무를 맡다가 장관으로 발탁됐다. 비결을 묻자 “UAE의 국민 평균 연령이 35세에 불과해 젊은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며 그 덕을 봤다고 답했다.

아말은 내년 2월 화성 궤도 진입을 목표로 우주공간을 항해 중이다. 그는 “아말의 성공으로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굳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우리나라도 미국, 러시아처럼 우주 탐사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갖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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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어린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인 그는 “나는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내 아이들은 목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12세 때 은하수를 보며 처음 우주 탐사를 상상했을 때만 해도 UAE에서는 막연한 꿈에 불과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아말은 자체 기술이 아닌 일본 로켓에 실어서 쏘아 올렸지만 머지않아 국산 로켓을 통한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미리 장관은 내년 건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아말 프로젝트 UAE 팀원 200여 명의 평균 나이가 28세라며 “이들이 향후 50년간 UAE의 지식경제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아말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도 “UAE 청년들에게 국가의 핵심 산업이 지식기반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구조 변화를 강조한 것은 UAE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세계은행 기준 950만 명의 인구 중 절대 다수인 88.5%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서 온 노동자이고 UAE 시민권자는 불과 11.5%에 불과하다. 1인당 GDP는 4만1476달러(약 4560만 원)로 세계 19위지만 극소수 시민권자가 부를 독식하고 에너지 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 사회 갈등의 불씨가 상당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올해는 에너지의 뒤를 잇는 주요 산업으로 꼽히는 항공, 여행산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 수요 감소로 인한 저유가로 정부 재정 또한 빠듯한 상태다. 그간 왕정 체제, 양극화 등에 대한 사회 불만을 막대한 보조금으로 간신히 억눌러 왔지만 이 또한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미리 장관에게 ‘국가에서 2억 달러를 투자한 이 프로젝트를 청년들이 주도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없었느냐’고 묻자 “어차피 UAE의 누구도 (화성 탐사선 관련) 경험이 없었다. 경험 유무를 따졌다면 결국 아무 곳에도 탐사선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그는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장년층 백인 남성 위주인 미 콜로라도대 연구진과 같이 작업했다며 “서로 다른 배경과 연령의 양측 연구진이 서로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같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어떤 프로젝트건 그 분야에 막 발을 담근 사람, 중간 수준의 경험을 지닌 사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다 모였을 때 성과가 좋다고도 덧붙였다.

아미리 장관은 세계 각국에서 젊은 정치인 열풍이 거센 이유로 “똑같은 사람이라 해도 인생의 여러 단계를 지나며 각각 다른 우선순위를 지닌다”며 “연령에 따라 필요한 것,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큰데 중장년층 위주의 현 정치 체제로는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러 연령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이며, 젊은 정치인이 현재 다른 계층에 비해 소외된 젊은층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은 정부 역할의 완성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신을 역할 모델로 삼는 많은 세계 젊은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고 묻자 “내가 하는 일이 지역사회, 국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라. 또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내가 어떻게 공헌할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라”고 답했다.

아미리 장관은 인터뷰 내내 아말 프로젝트에 큰 도움을 준 한국에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했다. UAE가 2009년 한국 위성기업 쎄트렉아이에 위성을 주문하며 이 사업을 시작했고, 콜로라도대 연구진을 소개해준 사람 또한 쎄트렉아이 관계자라고 소개했다. 당시 협업 업무를 위해 대전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그는 “우주탐사, 원자력발전소 개발 등 한국과 UAE가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한국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라 빈트 유수프 알 아미리 아랍에미리트(UAE) 첨단과학기술장관
1987년 출생
2008년 두바이 샤르자 아메리칸대 컴퓨터공학 학사
2009년 에미리트 첨단과학기술연구원(EIAST) 근무
2011년 무함마드빈라시드 우주센터(MBRSC) 근무
2014년 샤르자 아메리칸대 컴퓨터공학 석사
2017년∼현재 첨단과학기술장관
2020년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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