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등 中기업, 美회계기준 안 따르면 월가서 퇴출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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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책임법’ 美하원도 통과
美상장 中기업 상당수 ‘부실회계’
中당국 “차별정책 채택” 반발

알리바바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앞으로 미국의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증시에서 퇴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도 통과함에 따라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격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법안이 실제 시행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2일(현지 시간)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과 민주당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이 발의한 ‘외국 기업 책임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원은 같은 법안을 올해 5월 통과시킨 바 있다.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고 시행되면 앞으로 외국 기업들은 미국 규제당국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 기준에 3년 연속으로 미달할 경우 미 증시에서 퇴출된다. 또 해당 기업이 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법안의 적용 대상은 외국 기업 전체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과 공산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 낮아서 미국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재무 정보가 나라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PCAOB는 바이두, 차이나모바일, 페트로차이나 등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회계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새 법안 시행 후에도 이들 기업이 회계 관행을 바꾸지 않을 경우 실제로 증시에서 대거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밴홀런 의원은 성명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얼핏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상장사와 같은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에 속아서 투자해 왔다”며 “대통령이 즉시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국가 안보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결정이지만 실제 중국 기업들이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갈 경우 월가 금융회사들이나 미 자본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이 우려된다. 중국 기업들은 만약 미 증시에서 퇴출되면 홍콩 등지로 이전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 하원의 표결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중국 기업을 차별하는 정책을 채택했다”며 “미국은 이런 장벽을 겹겹이 세우기보다 외국 기업들에 대한 공평한 투자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와 함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중국의 준군사조직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이 생산한 면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재무부는 올 7월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이유로 XPCC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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